가정폭력 가해자라도 가족관계 열람 가능 법조항…"헌법불합치"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직계혈족이라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정보에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28일 가정폭력 피해자 A씨가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14조가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령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혼란 우려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A씨는 배우자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지만 전 배우자가 접근 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고 협박을 계속하자 자신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이름을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개명을 해도 전 배우자가 자녀 명의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 양육자인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A씨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전 배우자가 '아이를 기준으로 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뗄 수 없도록 발급을 제한하는 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은 '입법부작위의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의 개인정보를 알게 해서는 안 되며 오남용과 유출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면에서 관련 법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정폭력 가해자라고 해도 자녀 본인의 사전 동의를 얻거나 추가 가해 등 부당한 목적이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안 조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법령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닌 직계혈족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하게 되므로 2021년 12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직계혈족으로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자유롭게 발급받아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게 되는 위헌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