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호소를 위해 인용된 에이브러햄 링컨의 발언 다수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차남 에릭의 부인 라라는 26일(현지시간)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링컨은 '미국은 결코 외부의 적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흔들리고 자유를 잃는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파괴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라라는 "이 발언은 150년 전에 나왔지만, 지금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번 대선이 공화당과 민주당, 또는 좌·우파 간에서 선택이 아니라 미국을 미국답게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링컨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역사학자들도 링컨의 이 발언이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주 TV 주요 시청 시간대에 편성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나온 다른 링컨의 발언도 가짜라는 게 WP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25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다니엘 캐머런 켄터키 법무장관의 발언도 문제로 삼았다.
당시 캐머런 장관은 "링컨은 '국가의 영웅들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오래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지금 율리시스 그랜트 전 대통령이나 심지어 링컨의 동상마저 파괴하며 미국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링컨 대통령 도서관·박물관의 역사학자 크리스천 맥휘터는 "이 발언이 자주 인용되기는 하지만 링컨이 처음 한 게 아니다"라며 "내가 찾은 것 중에는 1911년 다른 인물의 한 연설에서 링컨을 언급하며 이런 발언이 나온 게 처음이었다"라고 밝혔다고 WP가 전했다.
공화당 출신의 첫 대통령으로서 링컨은 이번 전당대회의 시금석과도 같은 존재라고 WP는 설명했다.
심지어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링컨과 견주기도 했다.
노엄 주지사는 "미국의 존재가 위험에 빠졌을 때 링컨이 등장했다"며 "당시 법치를 무시하고, 사유재산이 파괴됐으며, 가족이 공격을 받고 개인이 목숨을 잃기도 했는데 왠지 익숙한 것 같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출처가 모호한 역사적 발언을 활용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 가족 내력이라고 WP는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2017년 자신의 책에서 '제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당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이 더욱 꿈꾸고, 배우고, 행동하도록 영감을 준다면 당신은 지도자라고 했다'고 인용했지만 이는 꾸며낸 얘기라고 비판했다.
WP는 "어떤 면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국가의 기록에 대한 끊임 없는 투쟁과도 같은 것"이라며 "저마다 역사를 해석할 권한은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