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순방중 녹화영상으로 찬조연설…"미국 우선주의로 더 안전해져"
"북한과 긴장 낮추고 협상"…억류 미국인 귀환·유해송환도 거론
정치활동 금지 해치법 위반논란 증폭…국무부 "개인자격 연설" 해명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법을 위반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연설을 강행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영상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부각하는 찬조연설에 나선 것이다.

이 영상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호텔 옥상에서 올드시티(구 시가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비전을 실행에 옮겼다"며 이때문에 자신의 부인과 아들이 더 안전하고 자유를 보장받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대통령은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자유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하면서 거의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대담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이 막을 내리게 했다며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은폐, 외교관을 가장한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 터무니없이 불공정한 무역 합의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또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사, 이슬람국가(IS) 격퇴, 미국 대사관의 이스라엘 예루살렘 이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약 체결 등을 성과로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정책도 외교 치적으로 비중있게 소개했다.

그는 "북한(문제)에서 대통령은 긴장을 낮췄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오게 했다"며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싸웠던 수십명 영웅들의 소중한 유해가 그런 것처럼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이 그들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며 억류 미국인 귀환과 6·25 전사 미군 유해 송환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연설은 공직자가 공무 중에, 혹은 공직에 따른 권한을 동원해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해치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거센 논란이 불붙은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지난달 대선에서 한쪽 편을 택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전문을 모든 외교공관에 보낸 바 있어 직원에게 한 말을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NBC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이 '상원의 인준을 받은 대통령 지명 당국자는 정당의 대회에 참석도 할 수 없다'는 국무부 내 규정의 취지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야당인 민주당은 해치법 위반 조사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국무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개인 자격으로 연설을 녹화했고 국무부의 어떤 자원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논란을 의식한 듯 연설 때 남편과 아빠로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정치적, 법적 논란을 감수하면서 연설을 강행한 데는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 따라 2024년 대권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는 차기 대권 경쟁에서 공화당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외신에서는 그가 북한 문제를 외교 치적으로 언급했지만 3차례 북미 정상 간 만남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의 별다른 진전이 없고 그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진전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