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발니 중독 확인되면 강력 조치 예고…러, 근거 없는 비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부 지도부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하고 벨라루스 정국 혼란 사태,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 미-러 핵 군축 협상,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비건 부장관은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하고 뒤이어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등과도 잇따라 만났다.
러시아 외무부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 뒤 언론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모르굴로프 차관과 미국 측 대북정책특별대표인 비건 부장관 간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한반도 주변 최근 정세와 관련한 상세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회담에서 "한반도 지역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과 동북아의 견고한 평화·안보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모든 관련국의 노력을 지속해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더 이상의 상세한 북핵 관련 협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미-러 회동 결과에 관한 별도의 언론 보도문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과 비건 부장관 간 면담 내용을 전하면서 양측이 대선 후 정국 혼란에 빠진 벨라루스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은 벨라루스에서 정부와 사회(야권) 간의 상호존중적인 대화 개시 과정을 훼손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제재와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외국의) 시도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이 자유롭지 못하고 불공정했다면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정권에 대한 제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무부는 "현재 일부 국가들에서 나오는 노골적인 반정부 시위 조장 발언을 포함해 벨라루스 내정에 대한 어떤 형태의 외부 개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뒤이은 랴브코프 차관,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별도 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성 협상(군축 협상)과 한반도 핵문제 해결 지원을 위한 러-미 협력 등을 포함한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고 외무부는 설명했다.
외무부는 또다른 공보실 명의의 별도 논평에선 최근 러시아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 사건도 이날 미-러 간 협의에서 논의됐다고 전했다.
외무부는 "미국 측은 야권 인사 나발니의 중독설이 확인될 경우 러시아의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무색게 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근거 없는 비난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러시아 지도부도 가장 면밀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건 조사를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우리는 나발니에게 즉각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지원을 제공한 옴스크 의사들을 상대로 서방 국가들에서 나오는 '진실 은폐 시도' 비난을 모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옴스크 의료진은 사고를 당한 나발니의 병력에 관한 모든 자료를 그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옴스크로 온 독일 의료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 의료진이 전문가적 태도를 발휘해 진단 검사 결과를 정치화된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외무부는 이어 "워싱턴(미국)과 브뤼셀(EU)을 사로잡은 고의적 나발니 중독설의 의심스러운 성급함에 대해 미국 측의 주의를 환기했다"면서 나발니 중독은 러시아 지도부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이날 비건 부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벨라루스 사태, 나발니 사건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사관 공보관은 트위터 글에서 "비건 부장관은 벨라루스 국민에 대한 (당국의) 폭력 행사를 비난하고, 벨라루스의 주권과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비건은 또 러시아 야권 인사 나발니의 상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공보관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