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거세지는 비바람에 "아침 눈뜨면 편안하게 맑은 하늘 보길"
태풍 '바비' 26일 저녁 목포 서남서쪽 근접, 비는 잦아들었지만 바람 거세
[르포] 목포대교 지나던 차량도 돌풍에 기우뚱…초조한 '태풍의 밤'
"더욱 거세진 비바람에 태풍이 다가오는 걸 실감하네요.

이 밤 부디 안전하길…."
26일 오후 8시 30분께 전남 목포시 시민들의 휴대전화에 '태풍 경보' 재난안전문자가 울려 퍼졌다.

온종일 비바람이 쏟아져 태풍의 기척을 느끼던 시민들은 더욱 거세게 흔들리는 가로수의 나뭇가지에서 태풍이 바짝 다가와 지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날 저녁 제8호 태풍 '바비'는 목포 서남서쪽에서 시속 30㎞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전남지역에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종일 비와 바람이 섞여 흩날렸지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태풍이 다가올수록 비의 양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한층 거세져 태풍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해안가에 세워둔 차량은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옆면을 치자 흔들흔들 옆으로 기우뚱거리기를 반복했다.

통제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목포대교를 지나던 차량도 다리 위를 강하게 휘도는 돌풍에 놀라 기우뚱 곡예 운전을 하기도 했다.

가로수의 나뭇잎과 거리의 쓰레기, 해안가의 어구 등은 강풍에 흩날려 도로 곳곳에 나뒹굴었다.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도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면서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르포] 목포대교 지나던 차량도 돌풍에 기우뚱…초조한 '태풍의 밤'
목포항과 북항에 피항 중인 선박에 매어 놓은 밧줄은 파도가 들이치고 강풍이 불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졌고, 어선의 깃발은 찢어질 듯 바람에 부대꼈다.

이날 오후 태풍의 진로가 서쪽으로 틀어졌다는 소식과 예상보다 비바람이 거세지 않자 시민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지나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희망 섞인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태풍이 지나며 무시할 수 없는 강풍이 이어지자, 태풍이 지나는 이 밤을 무사히 지나길 바라며 재난 속보에 귀 기울였다.

2012년 우리나라를 관통한 '볼라벤' 태풍에 큰 피해를 본 목포는 이번 '바비'가 볼라벤과 비교되면서 태풍 피해에 긴장했다.

이날 목포 도심에는 코로나19 전남 지역 확산세에 태풍 북상까지 겹쳐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거센 바람에 쓰고 있는 우산마저 뒤집혀 꺾일 만큼 험난한 날씨에 바깥 활동에 나선 이들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게 밖에 내놓은 상품들을 묶거나 내부로 옮겼고, 어민들은 항구에 묶어 놓은 배가 혹시나 안전하나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저녁에도 다시 나와 살피고 어구를 다시 동여맸다.

목포 시민 박모(45)씨는 "강풍이 무섭게 불고 있지만,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다"며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편안하게 맑은 하늘을 보길 기원하다"고 말했다.

[르포] 목포대교 지나던 차량도 돌풍에 기우뚱…초조한 '태풍의 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