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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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후 국내 증시 반등장을 주도했던 엔씨소프트가 7월 이후 주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BBIG7이라 불리던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달리 주도주의 지위에서 미끄러진 모습이다. 주력 게임인 리니지2M의 부진과 최대 경쟁자 넥슨의 약진, 그리고 신작 개발 지연 설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엔씨소프트는 2.19% 오른 8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에도 지난 7월 6일 기록한 사상최고가(99만7000원)보다는 15.64% 하락한 상태다. 7월 6일 당시만 해도 엔씨소프트는 BBIG7 가운데 최초로 주당 100만원이라는 이정표를 넘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2M’과 ‘리니지M’이 구글 앱스토어 매출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뜨거웠다. 7월 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올들어 순매수한 주식은 2683억원어치로 국내 종목 가운데 4위였다.

분위기가 뒤바뀐 것은 7월 중순부터다. 7월 7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엔씨소프트 주식 4721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이때를 전후로 엔씨소프트 안팎에는 두개의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6월말 진행된 리니지2M 내 ‘크로니클3: 풍요의 시대’ 업데이트이고, 또 하나는 경쟁사 넥슨의 야심작 ‘바람의 나라:연’의 출시다. 6월 24일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 업데이트의 가장 중요한 항목은 신규 콘텐츠인 공성전의 도입이다. 플레이어들의 집단인 혈맹 간의 전투가 이뤄지는 공성전은 리니지 IP(지식재산권)와 엔씨소프트를 국내 게임업계의 정점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 중 하나다. 공성전이 실시되면 신규 게임 아이템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엔씨소프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이 웬만한 신작 출시에 버금갔다.

그러나 7월 이후 주가 흐름은 이번 업데이트가 아직까지 실패에 가까움을 말하고 있다. 한 게임업종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는 타 게임 대비 과금 요소가 높아 신규 고객 유치만큼이나 충성 고객층의 사수가 중요한데, 업데이트 이후 기존 유저층 이탈이 오히려 가팔라졌다는 평가”라며 “업계 내에서는 리니지2M의 3분기 ARPU(유저당 평균 매출)가 전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데이트 초기에만 해도 선방하던 엔씨소프트 주가를 내리꽂은 것은 7월 15일 출시된 넥슨의 신작 ‘바람의 나라:연’이다. 국내 최초 MMORPG인 바람의 나라는 ‘리니지’와 쌍벽을 이루는 국내 MMORPG장르의 대표 IP 다. 바람의 나라 연이 작년 11월 리니지2M 출시 이후 빼앗긴 적 없는 앱 매출 순위 2위를 차지하면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16일 하루에만 5.28%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4분기까지는 최고가를 다시 쓸 수 있는 주가 반등 요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작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업종은 바이오제약 업종의 '신약 효과'와 유사한 '신작 효과'가 존재한다. 대규모 신작 출시를 앞두고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신작의 흥행에 따라 주가가 다시 한번 급등 혹은 급락하는 현상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모바일(블소2)'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올해 블소2의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낙관론도 존재한다. 리니지2M의 부진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고, 리니지2M이 대만 등 주요 해외시장 출시를 준비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이 저점매수 기회라는 분석이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의 첫 공성전 업데이트가 다소 밋밋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4분기 중 '월드 공성전'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블소2 사전예약 개시와 리니지2M 대만 출시 일정 공개가 이뤄지면 주가는 살아날 것"이라며 "최근의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