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교급식법상 급식 대상은 '재학생'…돌봄교실 학생은 대상 안돼
영양교사들 "지금은 집단급식 자체가 위험"…전문가 "법 개정해야"
조리사 출근해도 밥 못먹는 돌봄교실 학생들…"급식공백 걱정"
"어린 돌봄 학생들이 제대로 된 급식 없이 오후 5시까지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도시락 업체를 알아보고 있지만, 보관할 냉장고도 변변치 않고 여름엔 식중독 위험이 있어 고민이에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며칠 전부터 등교가 중단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등교 중지 기간 돌봄교실 학생들이 급식을 먹지 못하게 돼 고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2주간 정규수업을 모두 원격으로 하기로 결정되자 이 학교 급식 조리사들이 "정규 재학생들이 없으면 급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 849개 학교의 등교가 불발되면서 돌봄교실 학생들의 급식 공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등교가 중단된 기간에도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운영되지만, 급식은 정규수업 등교 중지와 함께 끊기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는 교육부에 "돌봄교실에 다니는 학생을 위해 학교 급식을 재개하라"고 요청했다.

당시 참학은 "긴급돌봄 교실에 다닌 아이들이 도시락이나 배달음식으로 급식을 대신한 게 한 달이 훨씬 넘었다"고 지적했다.

5월부터 순차 등교가 이루어지면서 이들의 급식 공백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소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등교가 중단되는 학교가 늘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조리사 출근해도 밥 못먹는 돌봄교실 학생들…"급식공백 걱정"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의 초등 돌봄학생은 10만3천명이며, 이들에 대한 급식 제공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각 학교장이 급식을 끊김 없이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현행 학교급식법 조항이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현행 학교급식법 4조는 학교 급식 대상을 '학급에 재학하는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교 중지 기간에 급식 조리사와 영양교사들이 출근함에도 돌봄 학생들은 정규 학급 재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식 제공 대상이 아니라고 간주된다는 것이다.

A씨는 "앞서 지난 3월 등교가 연기됐을 때도 돌봄 학생들의 급식 공백 문제가 발생했다"며 "교장선생님이 조리사들에게 급식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급식이지, 돌봄 학생이나 교직원을 위한 급식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도 "우리 학교는 돌봄교실이 6반 운영되는 등 학생 수가 많은 편인데도 급식이 제공되지 않아 지난 1학기 돌봄 학생들이 몇 달 간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며 "지금 추세라면 2학기에도 그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급식 대상을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과 그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수정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식 운영을 관리하는 급식 조리사와 영양교사들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는 집단 급식 시행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영양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역마다, 학교마다 등교중지 기간의 급식 시행 여부 등이 너무 다른데 충분한 논의 없이 급식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성급하다"며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을 땐 급식을 운영하지 않고 급식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 안전하게 학생들을 맞이하도록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년차 영양교사 C씨는 "집단 급식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감염병 유행 시기에는 지양해야 한다"며 "납품업체에서 소량의 식자재를 잘 납품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아 행정적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장경주 서울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학기가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져 학교급식법에서 이전에 없던 문제가 드러났다"며 "교육 환경이 바뀐 만큼 그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