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컵대회 개막전에서 KB손해보험 제압
한국프로배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기분 좋게 승리했다.

'왕년의 거포'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은 프로 무대 사령탑으로 치른 첫 경기에서 패배했다.

대한항공은 22일 충청북도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개막전에서 KB손보를 세트 스코어 3-0(25-22 25-21 25-22)으로 눌렀다.

진상헌(OK저축은행)의 이적, 김규민의 입대로 센터진을 진지위와 이수황으로 재편한 대한항공은 이날 중앙 공격에 대한 자신감마저 자랐다.

대한항공은 블로킹에서 KB손보는 11-3으로 압도했다.

대한항공의 강점인 '날개 공격'은 여전했다.

라이트 임동혁이 양 팀 합해 최다인 16점을 올렸고 곽승석(11점)과 정지석(13점)도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의 테마는 '새 출발'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19-2020 V리그를 조기에 종료한 한국프로배구는 5개월 만에 기지개를 켰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관하는 프로배구대회가 열린 것은 2019-2020 V리그 정규리그 3월 1일 남자부 KB손보-현대캐피탈, 여자부 현대건설-GS칼텍스전 이후 174일 만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 2월 28일 삼성화재전 이후 176일 만에 정식 경기를 치렀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이번 대회는 무관중으로 치른다.

2021-2022시즌 V리그 전초전 격인 컵대회에서 양 팀은 완전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지는 못한다.

KB손보 외국인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는 훈련량이 아직 부족한 터라, 코트에 서지 않았다.

스페인 대표팀에 뽑힌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는 유럽선수권 예선을 준비하고자, 아직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1세트 초반, 임동혁은 주춤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는 중앙을 활용했다.

10-8에서 이수황이 속공을 성공했고, 진지위가 김학민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해 대한항공은 12-8로 달아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임동혁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레프트 듀오 곽승석, 정지석도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임동혁은 21-18에서 높이와 힘을 활용해 오픈 공격을 성공했다.

곽승석은 22-18에서 재치 있는 연타 공격으로 상대 힘을 뺐다.

사실상 1세트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2세트에서는 순식간에 승부의 추가 대한항공 쪽으로 기울어졌다.

11-10에서 임동혁의 강타가 터졌고, 12-10에서는 빈 곳을 노린 곽승석의 연타가 나왔다.

곽승석은 김학민의 오픈 공격을 두 번 연속해서 블로킹했고, 임동혁도 김동민의 오픈 공격을 막아냈다.

대한항공은 17-1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대한항공은 3세트 만에 경기를 끝냈다.

13-16으로 끌려가던 대한항공은 이수황의 속공, 정지석의 퀵 오픈으로 추격하고 상대 김동민의 공격 범실로 16-16 동점을 만들었다.

21-21에서는 조재영이 정지용의 퀵 오픈을 블로킹해 22-21 역전에 성공했다.

23-22에서 KB손보 구도현의 범실로 매치 포인트를 만든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퀵 오픈으로 개막전 승리를 확정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승패만큼이나 중요한 건 안전과 건강이다.

이날 KOVO는 체육관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선수들은 네트 근처에 모여 악수하던 예전 인사 방식을 버리고, 어택 라인 근처에서 목례로 대신했다.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진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