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측근 "차에 섞은 독극물로 독살 시도" 주장

독극물 중독 증세로 시베리아 도시 병원에 입원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의료진이 그에게서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가 입원 중인 옴스크 구급병원 차석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의사들은 그가 중독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러 의료진 "중태 나발니 검사서 독극물 발견 안돼"
칼리니첸코는 "(나발니의)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 독극물이나 관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여러 검사와 모스크바에서 온 의사들과의 협진 결과 중독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들이 이미 나발니의 진단명을 확정했지만 이를 공개하지는 않겠다면서, 환자의 부인과 형제에게는 통보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자의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그를 유럽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나발니가 지난 2011년 창설해 운영중인 '반부패펀드' 대표 이반 즈다노프는 이날 경찰이 나발니에게서 '치명적인 물질'을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옴스크 병원을 찾은 즈다노프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수석의사 방에 머물고 있을 때 교통경찰 관계자가 들어와 수석의사에게 핸드폰(화면)을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가 찾아낸 물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통경찰은 수사 기밀유지를 이유로 발견한 물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나발니의 생명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보호복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즈다노프는 소개했다.

이 같은 나발니 측근의 주장은 치료 담당 의사들의 발표와 배치되는 것이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그의 독일 병원 이송을 위한 퇴원허가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나발니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날 오전 혼수상태 환자 수송 설비를 갖춘 특별 의료용 항공기를 러시아로 보냈다.

의료용 항공기 급파는 독일의 인권단체인 '시네마 포 피스 재단'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 의료진 "중태 나발니 검사서 독극물 발견 안돼"
고위 인사들의 비리와 부정축재 등을 고발하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며 푸틴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야권운동가 나발니는 전날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다른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에 비상 착륙한 여객기에서 곧바로 현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혼수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측근들은 나발니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것 외엔 다른 음식물을 먹은 게 없다면서 누군가가 차에 독극물을 타 그를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중독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당국과 나발니 진영 간에 사고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