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입장 차이 커…여수산단 신증설 공사도 차질 우려

전남 여수지역 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돌입한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 측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여수산단건설협의회와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여수산단에서 추진 중인 공장 신증설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임금협상 난항"…여수지역 플랜트건설노조 파업 '장기화' 조짐
20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전국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는 지난 12일 여수시청에서 출정식을 열어 총파업을 선언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여수산단에서 공장 설비 건설과 정비를 하는 플랜트 건설노조는 용접과 기계정비 등 10개 분야에서 일당을 1만원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수산단 기업들로부터 협상을 위임받은 여수산단 건설협의회는 직종에 따라 차등을 둬 3천700∼5천200원 인상을 주장한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29일부터 임금 협상에 들어가 33차례나 만났지만, 의견 차이가 너무 커 협상에 실패했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여수산단의 주요 공장의 신증설 공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산단에서는 GS칼텍스와 LG화학 등 대기업이 수조 원을 들여 신증설 공사를 추진 중이다.

평상시에는 신증설 공사 현장에 1만∼2만여명의 노동자가 투입됐으나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출정식을 시작으로 파업에 들어간 플랜트 건설노조는 임금 인상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18일에는 여수 시내에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행진에는 노조원 8천여명이 참가했으며 여수시청을 중심으로 도로가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노조는 이날 오후에도 시내에서 시가행진을 벌인 데 이어 21일에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데 대규모 시가행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훈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장은 "충남이나 울산지역 산단과 비교해 여수지역 노동자들은 1만원 정도 덜 받고 일해왔다"며 "사 측은 직종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일괄해 1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행진에 대해선 "우리가 처한 실상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하게 지키고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여수산단건설협의회장은 "울산은 올해 임금을 4천800원, 대산은 5천원 인상에 합의했는데 1만원 인상은 너무 과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한꺼번에 모든 직종에서 1만원 인상을 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차등 지급하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증설 규모가 큰 공장은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모처럼 여수산단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노조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수산단 건설협의회는 172개 회원사가 활동 중이며 산단에 입주한 기업에서 하청을 받아 공장 재정비나 신증설을 하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에 소속된 노동자는 8천여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