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흑인과 백인 사이의 '정치 로맨스'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인물은 조 바이든(78) 민주당 후보다.
바이든 후보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제47대 부통령을 지냈다.
같은 기간 제44대 대통령을 역임한 버락 오바마(59)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것이다.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자신보다 스무 살가량 많은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지명해 8년 동안 흑백이 공존·상생하는 평등의 정치 하모니를 연출했다.
오는 11월 대선과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그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56) 부통령 후보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바이든 후보에 의해 대선 파트너로 낙점됐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한다.
바이든 후보는 부친이 아프리카계(자메이카) 출신인 해리스(어머니는 아시아 인도계)와 동반함으로써 또 다른 흑백 정치사를 미국에서 기록하게 된다.
신간 '바이든과 오바마'는 바이든 후보의 극적인 인생과 정치 역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의 '애정에 가까운' 특별한 관계를 찬찬히 소개하는 것. 더불어 향후 펼쳐질 미국의 정치 변화도 예측하게 한다.
두 차례의 임기 동안 오바마와 바이든은 완벽한 정치적 파트너로서 기쁨과 고통을 함께했다.
특히 바이든은 외교와 입법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오바마의 수석 고문으로 전례 없는 역할을 수행하며 부통령직의 모범이 됐다.
책의 저자 스티븐 리빙스턴은 두 정치인의 깊은 애정과 신뢰가 미국에서 보기 힘든 '진실한 정치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유대와 우정)'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무례한 정치 행태에 질린 미국의 지식인과 대중에게는 오바마와 바이든이 진한 '그리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책에서는 바이든의 극적 인생 스토리를 비롯해 그의 정치 성향과 철학을 살필 수 있다.
이와 함께 상원의원에서 시작해 부통령이 오른 정치 역정을 상세히 얘기한다.
가족의 죽음을 거푸 겪은 바이든의 파란만장한 삶은 물론 미국 내 정치·경제 문제, 인종 문제, 외교 정책 등도 들여다보게 한다.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준 은인은 그를 부통령으로 지명해준 오바마였다.
두 사람 모두 스포츠 마니아로서 연설할 때 스포츠를 조미료처럼 이용할 만큼 공감대가 컸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배우자를 존중하며, 자신들의 성취에 대한 찬사를 극구 사양하고 무대 밖에서 더 열심히 일한 협력자와 직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저자는 "백악관에 있는 동안 오바마는 바이든을 제2인자로서 성심껏 대했다.
무시하거나 외면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2016년 백악관을 떠날 무렵에 바이든을 설득해 출마를 포기한 것은 바이든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인다.
트럼프에 의해 자신의 업적과 존재를 무시당한 오바마는 요즘 바이든의 유세를 적극 지원하면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돕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제3기가 되리라는 예상이 나올 만큼 두 정치인은 그 철학과 방향을 지금도 공유한다.
다시 트럼프인가, 아니면 새로운 바이든인가? 여기에 해리스는 얼마나 큰 역할을 할까?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흑백 정치의 공존과 로맨스가 재현될지 또다시 눈길을 모은다.
조영학 옮김. 메디치 펴냄. 408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