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남자프로골프 대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 다시 ‘쌈짓돈’을 꺼냈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는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경기 포천시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리는 ‘헤지스골프 KPGA오픈 with 일동레이크GC’의 대회 운영비를 전액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 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데는 총상금(5억원) 외에도 방송중계료 등 2억~2억5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돈을 긴급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KGT 관계자는 “대회 개최가 급한 만큼 KGT 돈으로 운영비를 지원한 다음 대회 협찬 및 수익 사업을 통해 재원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PGA가 주관하는 투어 대회를 총괄하는 KGT는 협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이 대회는 올해 신설됐다. 일동레이크GC가 대회 코스를 내놓으면서 개최가 추진된 이 대회는 처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로 프로골프 대회가 ‘개점휴업’에 빠지면서 대회를 후원할 스폰서 기업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KPGA는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자 후원사 유치에 공을 들였다. 협회가 관심을 둔 분야는 골프 용품 및 의류 업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국내 골프 인구로 관련 산업이 활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주)LF의 골프의류 브랜드인 헤지스골프가 관심을 보인 것이 이때다.

헤지스골프 관계자는 “골프 의류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의류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침체된 남자 프로골프를 돕고 골프 의류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판단에 대회 메인 스폰서를 맡아 상금을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회장과 총상금을 마련했지만, 대회 운영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 다른 후원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KGT는 기금을 활용한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KPGA 관계자는 “구자철 KPGA 회장이 나서 사재로 지난달 KPGA오픈을 열었는데 협회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아졌다”며 “스타급 신인들의 등장으로 코리안투어가 오랜만에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회가 없어지면 선수는 물론 캐디 등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