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관리부실' 지적 제기…"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적합한 조치"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어선 '영진607호'의 집단감염이 확산 중인 가운데 최초에 어디서부터 전파가 시작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확한 감염원과 감염 경로를 파악해야 확산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외유입 사례냐 지역 내 감염이냐를 두고도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집단감염이 발생한 영진607호에서 전날 격리 중이던 인도네시아 선원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는 10명으로 늘었다.
영진607호 집단감염은 지난달 31일 부산 영도구에서 확진된 40대 여성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여성의 접촉자를 조사하던 중 영진607호 선장 A씨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검사한 결과 A씨와 선원 2명, 선박 경비인력 1명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대본은 A씨가 입국 후 자가격리 중이던 지인 B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자 해외입국자에 의한 '2차 전파'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대본은 폐쇄회로(CC)TV 자료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해외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 중이던 B씨의 거주지를 지난달 하순 방문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동선을 조사 중이다.
B씨는 이달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앞서 지난해 말부터 원양어선을 타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을 방문한 뒤 카타르에서 출발해 지난달 14일 입국했다.
물론 B씨가 A씨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입국 후 2주가 훨씬 지난 3주가 되는 시점에 확진된 것인 만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감천항에서 러시아 등 외국 선원들과 업무상 접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선장 A씨가 전파자일 개연성도 있는 셈이다.
방대본은 영진607호를 국적선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러시아 국적의 '외항선'이며, 선원 중에 외국인도 포함도 있다.
A씨는 자가격리자를 무단으로 만난 것과는 별개로 지난 3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뒤 자택에 머물라는 방역당국의 지시를 어긴 채 부산 중구 자갈치로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아 저녁 식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가격리 중인 해외입국자가 외부인과 만났다는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자가격리자 관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는 주로 격리자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자가격리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격리자가 격리장소를 이탈하면 전담 공무원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외부인이 격리장소 안으로 들어와 자가격리자와 접촉한 경우라면 앱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각 지자체에서 자가격리 장소를 불시에 점검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시 파악은 불가능하다.
A씨와 B씨가 실제로 만났다면 자가격리 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이에 대해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단 CCTV 조사를 통해 이런 부분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고, 추가로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유전자형도 확인할 예정"이라면서 "자가격리 중에 방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면 자가격리 자체에 대한 문제점, 또 위반에 대해서도 적합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해외입국자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을 우려하며 자가격리자의 철저한 수칙 준수를 당부해 왔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최근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가족 또는 지인 간 전파가 되는 사례가 조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가격리 시에는 외출이나 외부인과 접촉은 금지하고 있다. 이 수칙을 철저히 지켜서 가족과 동료, 지인을 보호해 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