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투매에 시달렸던 고위험 회사채 다수가 연초 가격 수준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환경 악화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약한 상태지만 고위험 고수익 투자 수요가 주식에 이어 고위험 채권에까지 옮겨붙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85-2호 회사채는 이날 장내시장에서 액면가액 1만원짜리가 9950원에 거래됐다. 지난 7일 5개월 만에 1만원을 회복한 뒤 액면가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4월까지 액면가액의 3.54%에 해당하는 이자를 매년 지급하는 이 채권 가격은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지난 4월 한때 9400원대까지 하락했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연 7.0%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다시 3.6%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두산인프라코어 채권도 대부분 이달 들어 액면가격을 속속 회복하고 있다. 4월 9200원대까지 떨어졌던 두산중공업 채권(48회)은 9800원대로 올라왔고, 6월 9000원 안팎을 맴돌던 폴라리스쉬핑 채권(28-2호)도 9800원대에 팔리고 있다.

한 증권사 소매채권 판매 담당자는 “정부의 각종 유동성 지원정책을 감안할 때 부도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개인들이 연 3%대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부터 신용도 A급 이하 회사채를 최대 10조원 규모로 매입할 수 있는 투자목적기구(SPV)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채무상환능력과 비교해 채권값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신용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BBB+)은 3월부터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아시아나항공 ABS 등급은 4월 ‘BBB’로 한 단계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은 6월 ‘BBB-’로 떨어졌고, 두산인프라코어는 ‘BBB(유동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