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다각도로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결론"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지연…체육회·KOC 분리로 불똥 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 승인을 미루면서 체육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체육회는 올해 4월 회장 선출 관련 규정 개정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을 대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정관 24조 회장의 선출 관련 부분에서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대목 중 90일 전 회장직 '사직'을 '직무 정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이는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기흥 체육회장의 연임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2019년 IOC 총회에서 신규위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정관대로라면 내년 2월 체육회장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은 재선에 도전하려면 올해 11월에는 체육회장을 사임해야 한다.

선거는 내년 1월께 열릴 예정이다.

이러면 NOC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이므로 IOC 위원직도 자동상실한다.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지연…체육회·KOC 분리로 불똥 튀나
체육회는 정관 내용이 보장된 회장의 임기(4년)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국제 현안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회장직에 공백이 생기면 원활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정관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대의원 총회에서 다른 나라의 경우 NOC 회장 선출 시 현직 회장이 사임 후 출마하는 사례가 전무해 정관 개정 방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IOC의 해석도 소개했다.

문제는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체육회의 정관 개정 승인을 4개월이나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물론 올해 연말 회장 선거를 앞둔 체육회 회원종목단체도 체육회 정관과 선거 관리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일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육회는 회장 선거 규정과 관련한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문체부의 요구대로 6월에 체육계 인사들을 불러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도 수렴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관 개정 승인은 답보 상태다.

문체부는 12일 "여러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체육계 선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문체부가 정관 승인 또는 거부 의사를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지연…체육회·KOC 분리로 불똥 튀나
일각에서는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이 지연되는 현 상황을 두고 대한체육회(KSOC)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논쟁이 다시 촉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두 단체를 분리하면 이기흥 현 체육회장은 국제종합대회 등 엘리트 체육을 전담하는 KOC 회장에 전념해 IOC 위원직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수호할 수 있고, 생활 체육 중심의 KSOC 회장은 새로 선출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기흥 체육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체육 단체와 정치권 일부에서 이런 의견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러나 KOC와 KSOC 분리는 체육계의 극단적인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라 쉽사리 결론 내릴 수 없다.

1920년 발족한 조선체육회(체육회의 전신)와 1948년 출범한 KOC는 잦은 마찰을 빚던 중 분리와 통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친 끝에 2009년 전격 통합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NOC 자격을 얻어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체육 기구로 엘리트 스포츠 전반을 이끌어왔다.

또 2016년 국민생활체육회와 합쳐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을 동시에 아우르는 통합 체육회로 발돋움했다.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출범한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성적 지상주의로 얼룩진 엘리트 체육 정책을 개선하고 (성)폭력 등 체육계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혁신안 중 하나로 지난해 KOC와 KSOC의 분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체육계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권고이자 체육에 깊은 이해가 없는 공론에 불과하다며 분리안을 즉각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