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원장은 10일 "우리 기관은 전국 9만5천개 의료기관과 마치 '신경망'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거의 실시간으로 보건의료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다"면서 "심평원의 힘은 정보에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서울 서초구 심평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데이터 활용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 관련 요양급여 비용을 심사하는 평가전문기관으로 2000년 7월 1일 설립됐다.
심평원은 당초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내용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해 관련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 20년간 이런 보건의료 데이터를 모아 왔으나, 데이터가 자원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자 심평원의 데이터 활용 능력은 여러 곳에서 효용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심평원의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과 활용 능력은 'K-방역'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평가받는다.
김 원장은 "감염병 재난 위기 상황에 닥치면 의료체계 전반이 체계화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우리 기관은 이런 측면에서 방역 대응을 돕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필요한 의료·물자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부, 유관기관, 의료기관·약국 등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심평원이 운영하는 '음압격리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의 사례를 들어 기관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에는 전국 97개 감염병 전담병원 내 입원 가능 음압격리병상 수와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및 약국 보유 현황 등이 매일 업데이트 돼,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병상과 필요한 의료 자원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의약품 정보 시스템'으로는 렘데시비르 등 코로나19 치료에 쓰는 의약품 35개의 보유 업체와 업체별 재고 수량 등을 상시 파악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감염병 대응에서는 '적절한 치료'와 함께 '확진자 조기 발견', '지역사회 전파 방지' 등도 필수인데, 심평원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확진자 조기 발견에는 심평원의 'DUR/ITS'(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해외 여행력 정보 제공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
앞서 지난 1∼2월 중국 우한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온 입국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는 이 시스템으로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환자의 해외여행 이력을 파악하고 조기에 고위험군을 감지해냈다.
아울러 심평원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 현황과 재확진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 이력 통합관리 시스템'을 질병관리본부와 시·도 보건소 등에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선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앞서 보건용 마스크 재고가 부족했을 때 심평원은 5일 만에 '공적 마스크 중복 구매확인 시스템'을 구축, 정부의 공적 마스크 제도를 뒷받침했다.
약국에서는 이 시스템으로 소비자의 마스크 중복 구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최근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 및 한국형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관도 이런 정책에 맞춰 보유한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공공데이터를 발굴하고 개방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활용성이 높은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심평원은 지난 달에는 누구나 보건의료 자료를 손 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는 검색 사이트 'HIRA OAK 리포지터리'(repository.hira.or.kr)를 구축하기도 했다.
심평원 리포지터리에서는 건강보험제도,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한 연구보고서 301건, 통계 126건, 발간물 1천143건 등 총 1천570건의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환자 임상데이터도 공개하고 있다.
6월 16일 기준 32개국 391개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사용을 신청한 상태다.
아울러 심평원은 저장용량을 확대하고 보안을 강화한 '차세대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심평원이 확보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도 민간에 이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취임한 김 원장은 국내에선 심평원 출범 뒤 20년만의 첫 '여성 원장'으로 알려졌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으로 일했고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HCQO) 워킹그룹 의장을 맡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김 원장은 "세계 전문가들은 한국을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나라로 잘 알고 있다"면서 "국제 사회와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심평원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각국과 공조 체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