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국가기록물보관소에서 1922년 파스시트의 로마 진군 때 사용된 깃발이 대거 도난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로마 남서부 외곽의 에우르(EUR) 지역에 있는 국가기록물보관소에서 파시스트 깃발 970여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깃발은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민병대 '검은셔츠단'이 1922년 10월 로마 진군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솔리니는 로마 진군을 통해 '무혈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당시 국왕이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로부터 사실상 권력을 찬탈했다.
이 때문에 역사가들도 중요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거래될 경우 최대 500만유로의 값어치를 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지난 6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록물보관소 내 감시 카메라와 경보장치를 절묘하게 피한 점으로 미뤄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일각에서는 2022년이 로마 진군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눈여겨본다.
여전히 무솔리니를 그리워하는 네오파시즘 일당이 자체적으로 이를 기념하고자 기록물보관소에 묶여 있는 깃발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장기화하는 경제난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축소 등이 맞물려 무솔리니 시대에 향수를 느끼고 그를 옹호·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 일부 로마시의원들이 '파시즘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다 당 안팎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무솔리니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려 들어가 큰 피해를 본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즘을 옹호하거나 파시스트 정당을 부활하려는 시도 등을 범죄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