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등 쓰레기에 배수시설 막는 것도 한몫 "지역 내의 대표적인 저지대인 데다 한꺼번에 2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침수가 안 될 수가 있나요"
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천안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보니 큰비만 오면 매번 잠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신방동에 24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천안에는 평균 166㎜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주택침수 268건, 상가침수 33건, 도로 유실 64건, 농경지 침수 592㏊, 축산물 5개소, 차량 침수 15대, 제방 붕괴 41개소 등 막대한 피해가 났다.
신방동에서도 홈플러스 앞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고, 도로 위 차들이 불어난 물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KTX 천안아산역 인근과 신방동주민센터 앞, 서북구 이마트 앞 도로 등이 물길로 변했다.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입구 앞에서 옴짝달싹 못 한 채 그저 도로 위 흙탕물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3년 전인 2017년 7월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신방동 하상도로는 빗물이 들어차면서 통행이 금지됐고, KTX 천안아산역에 주차된 차량 역시 물에 잠겼다.
지난해에도 130㎜ 이상 비가 내려 지역 곳곳이 침수됐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인데도 상습 침수구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KTX 천안아산역 주차장은 도로보다 한참 밑에 조성됐다.
저지대이다 보니 모든 비가 주차장으로 흘러드는 구조다.
아파트와 도로를 조성하면서 배수로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민은 "가장 최근 입주한 신불당 인근 도로에서도 이번 호우 때 물이 역류하고, 1층 상가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계속 물을 퍼내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분명히 배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안시는 도로에 쌓인 담배꽁초 등 이물질이 배수로를 막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돈 시장은 "도로변 배수구 등은 집중호우에 대비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담배꽁초 등을 거리에 버리면 배수시설이 막혀 빗물이 빠지지 못한다"며 "이번 집중호우를 계기로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조성과정에서 생긴 문제뿐만 아니라 이번에 쏟아진 국지성 폭우에 주목하고 있다.
순천향대 한 교수는 "도시계획을 디자인하고 조성할 때 당연히 자연재해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 반영한다"며 "다만 이번처럼 기상 이변으로 내린 폭우가 평소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충화 대전대 건설안전방재공학과 교수도 "단시간 내 극단적인 양을 쏟아붓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배수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며 "자치단체가 침수 다발 지역이나 저지대 곳곳에 기본적으로 양수기를 설치해 놓고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