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1조 기술수출에 대한 '불편한 시선'
한미약품이 미국 MSD에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1조원대에 기술수출했다. 다만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가치가 높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전날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의 세계 권리(한국 제외)를 MSD에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다. MSD로부터 확정 계약금 1000만달러를 받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8억6000만달러를 수령할 수 있다.

KTB투자증권은 5일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8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다만 투자의견은 '보유'를 유지했다. 이번 기술수출에도 한미약품의 주가가 -5%에서 15%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다.

이혜린 연구원은 “기대하지 않았던 이슈지만 신약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NASH 치료제의 특성상 최종 상업화까지 도달하기 어렵고 개발기간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제다.

이 연구원은 비슷한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과 비교해 계약금이 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이번 한미약품과 같은 금액인 8억70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유한양행이 베링거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4000만달러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총 규모는 8억7000만달러지만, 계약금은 1000만달러로 1.1%에 그쳤다. NASH 치료제 개발 경쟁상황이 치열한 상황에서 MSD의 보수적 잣대가 적용됐다는 해석이다.
한미약품 1조 기술수출에 대한 '불편한 시선'
이 연구원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주사제형으로 경구제인 경쟁약물(세마글루타이드) 대비 투약 편이성이 낮다는 점도 신약가치를 높게 반영하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