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연속무늬는 동서남북 네 방향 모두로 같은 무늬가 연속으로 배열되는 형태를 뜻한다.
어디로 향하더라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답답함과 무력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 류소영은 오랜 공백을 깨고 펴낸 세 번째 소설집의 제목을 '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도서출판 강)로 정했다.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짧은 소설을 실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자신의 일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한다.
교직 경험을 살려 이번 소설집의 많은 부분을 교육 현장을 그리는 서사로 채웠다.
"어느 밤, 잠이 오지 않아 두 권의 내 소설집을 다시 읽어보다가 내가 소설가로서 가면을 쓴 채 글을 썼구나,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
(중략) 이제 구석 자리의 여인들,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조용히 뒤에서 응원하고, 나를 보자, 내 맨얼굴을 좀 보자… 마음먹고 몇 편의 글을 쓰게 되었다.
" 류소영의 말이다.
예전 류소영은 "일터와 창작을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이른바 '교육 소설'을 쓸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교사 생활을 하며 만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참고해 가공한 인물들로 연작 여섯 편을 썼다.
'우울한 남규 씨'도 있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은미씨'도 있으며, '알뜰한 명희 씨'도 있다.
이들은 사회에 만연한 오랜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에 지쳐 무력감이나 불면증, 결정 장애 등에 시달린다.
이들의 삶은 출구 없는 '사방연속무늬'에 갇힌 듯 답답하고 때로는 절망적이다.
심지어 환멸의 감정까지 들 때가 있지만, 이들은 모든 것을 견뎌내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는 한국 사회를 아이와 어른을 모두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부와 학벌로 계급을 매기며, 폐쇄적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로 가득한 공간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를 고발한다.
소설가 김현영은 추천사에서 "이 세계에 수취인불명의 편지와도 같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혼자만의 반발심'을 발송하는 일이란 무위할 뿐"이라며 "불구하고 류소영의 소설은 닿지 못한 그 편지들에 정확한 우편 번호를 적어준다"고 말했다.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난 류소영은 1994년 '시와시학'을 통해 시로 등단했고 1997년 '문학동네'에 소설이 당선됐다.
소설집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 '개미, 내 가여운 개미'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