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설치 속 '다중 자아'…"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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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나자신의 노래' 展
휘트먼 연작시서 주제·제목 빌려
타인 이해 바탕으로 정체성 구축
조화와 통합, 공존, 상생 표현한
회화·영상·조각 등 123점 선보여
휘트먼 연작시서 주제·제목 빌려
타인 이해 바탕으로 정체성 구축
조화와 통합, 공존, 상생 표현한
회화·영상·조각 등 123점 선보여
모델로 참여한 ‘도플갱어’ 커플은 250여 쌍.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 전시된 16쌍(32명)의 모습은 그야말로 도플갱어 같다. 브뤼넬은 이들의 사진을 통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은 단지 외형만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진정한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에는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며, 자신 안에 담긴 ‘멀티 페르소나(다중 자아)’를 살펴보는 작품 123점을 전시 중이다. 고상우 배찬효 원성원과 브뤼넬의 사진, 박은하 이샛별 지요상의 회화, 김나리 김시하의 입체·설치, 김현주 이이남 조세민 한승구의 영상·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김나리는 흙으로 형상을 빚고 자연건조한 뒤 속을 파내 가마에서 소성한 도자 조각 40여 점을 선보였다. 부처의 두상, 눈물을 흘리는 여인 등 각각이 하나의 작품이자 전체가 설치작품이다. 여인의 눈물이 칼날처럼 흐르기도 하고, 그 눈물에서 풀과 나무가 솟아나기도 하는 등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가 전시장에 펼쳐져 있다. 상체를 드러낸 여성의 머리 위에 앉아 날개를 펼친 수리부엉이는 인간 이외의 존재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명 존중의 철학과 윤리적 각성을 촉구한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 반영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김현주는 디지털 기술 발달과 함께 사이보그화된 인간의 몸과 능력이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침묵 속에 눈을 깜빡이며 떨고 있는 사이보그 자아를 담은 ‘Dmorph’, 정보와 데이터로 이뤄진 입자의 이미지로 분산된 자아의 정체성을 표현한 ‘I, dispersed’ 등의 영상작품을 통해 뉴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자아와 그 멀티페르소나적 특성을 강조한다.
전시 주제가 다소 무겁고 철학적이지만 난해하지는 않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견디게 하는 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가운데 상호 연결과 공존의 지혜를 찾는 것이다. 휘트먼이 “나는 크다. 나는 다양함을 담아낸다”고 한 것처럼 모든 자아는 소통과 공존을 통해 더 단단하고 강해진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고 대립, 경쟁, 모순되는 요소들이 자아 속에 융합됐을 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전시에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19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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