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사드 때도 버텼는데"…전세버스 업체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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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관광수요 90% 감소…두 달 뒤 고용지원금 끊기면 막막
27일 오후 2시 청주시 청원구 A전세버스 업체에는 크고 작은 30여대의 버스가 차고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넓은 공간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운행을 준비하는 기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줄지어 선 버스 유리창은 오랜 기간 운행하지 않아 흙먼지가 누렇게 쌓였고, 그 사이로 3월 5일 발부된 운행기록증이 보였다.
해당 버스가 마지막 운행한 날이다.
업체 사무실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로 왁자지껄했을 공간은 텅텅 비었고, 주인 없는 책상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무실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이달 말 폐업하게 됐다.
기사 등 다른 직원은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세버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곳이 없다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버스 40대를 보유한 A업체도 얼마 전까지는 잘 나가던 회사다.
통근·통학버스를 상시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관광수요가 겹쳐 1년 내내 운행이 끊기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올해 상반기 이 업체의 버스 운행기록은 156건이 전부다.
지난해 2천504건에 비하면 일감이 16분의 1 토막이 났다.
관광버스 10대를 운영하는 B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의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몇 달 새 5명의 운전기사가 퇴사했다.
이 업체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운전기사 월급을 해결했는데, 몇 푼 안 되는 기본급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진 기사들이 택시 운전이나 대리기사로 전직한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업체로 간 직원도 있다.
이 업체 황모 대표는 "메르스나 사드 사태 때는 2∼3개월 지나면서 충격이 해소됐는데,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며 "버팀목이던 고용유지지원금도 9월이면 끊기게 돼 폐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충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운행기록증 발급은 5천23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3천940건)보다 84.6% 줄었다.
관광·소풍·견학 등이 몰리는 3∼5월의 운행 감소율은 93∼97%에 이른다.
이 시기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한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정든 회사를 등지고, 업체도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청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C전세버스 업체는 통근·통학버스 운행 비중이 커 그나마 타격이 덜한 편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 조모 대표는 "버스 1대가 한 달 800만∼900만원을 벌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업주와 운전기사 모두가 끝도 보이지 않는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버스 1대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고, 할부금과 보험금, 인건비 등이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이어서 더는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회사에서는 올해 10명이 넘는 운전기사가 퇴사했다.
업계는 폐업 위기에 직면한 업체와 기사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충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전세버스도 통근·통학 등 공공성과 대중성을 겸한 사업 형태를 띠는 만큼, 코로나19에 맞춰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충북에는 84개 업체, 1천800여대의 전세버스가 등록돼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2시 청주시 청원구 A전세버스 업체에는 크고 작은 30여대의 버스가 차고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넓은 공간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운행을 준비하는 기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줄지어 선 버스 유리창은 오랜 기간 운행하지 않아 흙먼지가 누렇게 쌓였고, 그 사이로 3월 5일 발부된 운행기록증이 보였다.
해당 버스가 마지막 운행한 날이다.
업체 사무실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로 왁자지껄했을 공간은 텅텅 비었고, 주인 없는 책상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무실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이달 말 폐업하게 됐다.
기사 등 다른 직원은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세버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곳이 없다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버스 40대를 보유한 A업체도 얼마 전까지는 잘 나가던 회사다.
통근·통학버스를 상시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관광수요가 겹쳐 1년 내내 운행이 끊기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올해 상반기 이 업체의 버스 운행기록은 156건이 전부다.
지난해 2천504건에 비하면 일감이 16분의 1 토막이 났다.
관광버스 10대를 운영하는 B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의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몇 달 새 5명의 운전기사가 퇴사했다.
이 업체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운전기사 월급을 해결했는데, 몇 푼 안 되는 기본급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진 기사들이 택시 운전이나 대리기사로 전직한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업체로 간 직원도 있다.
이 업체 황모 대표는 "메르스나 사드 사태 때는 2∼3개월 지나면서 충격이 해소됐는데,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며 "버팀목이던 고용유지지원금도 9월이면 끊기게 돼 폐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충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운행기록증 발급은 5천23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3천940건)보다 84.6% 줄었다.
관광·소풍·견학 등이 몰리는 3∼5월의 운행 감소율은 93∼97%에 이른다.
이 시기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한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정든 회사를 등지고, 업체도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청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C전세버스 업체는 통근·통학버스 운행 비중이 커 그나마 타격이 덜한 편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 조모 대표는 "버스 1대가 한 달 800만∼900만원을 벌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업주와 운전기사 모두가 끝도 보이지 않는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버스 1대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고, 할부금과 보험금, 인건비 등이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이어서 더는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회사에서는 올해 10명이 넘는 운전기사가 퇴사했다.
업계는 폐업 위기에 직면한 업체와 기사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충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전세버스도 통근·통학 등 공공성과 대중성을 겸한 사업 형태를 띠는 만큼, 코로나19에 맞춰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충북에는 84개 업체, 1천800여대의 전세버스가 등록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