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 마곡사옥에서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모듈을 들어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 마곡사옥에서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모듈을 들어보이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초연결시대’가 열리면서 통신망 보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 컴퓨터보다 연산력이 월등한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에 맞는 보안 기술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양자컴퓨터가 세계적으로 최대 5000대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컴퓨터의 파급력은 연산 방식에서 나온다. 일반 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된 비트(bit)로 데이터를 표현하고 연산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공존하는 ‘큐비트(quantum bit)’를 사용한다. n큐비트급의 양자컴퓨터는 2^n(2의 n제곱)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연산할 수 있어 일반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6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가 65536번(2의 16제곱) 연산해야 할 계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 키 방식의 RSA 암호체계는 큰 숫자를 소인수분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양자알고리즘을 이용하면 RSA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런 보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양자컴퓨터로도 풀어내는 데 수십억 년이 걸리는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해 암호키 교환, 데이터 암·복호화, 무결성 인증 등 주요 핵심 요소에 대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 가능해 적용이 쉽다.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미국 국가안보국(NSA) 주도로 IBM·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암호 기술을 특정 분야에 사용하려면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계에선 새로운 암호 기술이 발표되고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데 통상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통신장비에 적용했다. 기업 등 고객전용망에 활용되는 광전송장비에 이 기술을 도입해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보안성을 갖추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2월 서울대 산업수학센터, 크립토랩과 손잡고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5G 서비스와 유·무선 가입자 서비스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통신망의 보안 수준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네트워크에 구축해 보안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실증사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국 주도 표준화에 선도 대응하기 위해 알고리즘 기술과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차세대 암호체계 생태계를 구축하고 양자컴퓨터에 대응할 소프트웨어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