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 현대HCN을 인수하기 위한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막판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는 28~29일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달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각 세부 조건을 두고 의견차가 벌어지면서 매각주체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장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알짜' 케이블 방송 현대HCN 누가 품을까

매각 리스크 검토 나선 듯

지난 15일 마감한 현대HCN 본입찰에는 KT의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모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케이블TV 회사인 현대HCN은 오는 11월 1일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신설법인을 인수하게 된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가 24일엔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원하는 인수가는 6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입찰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순으로 큰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KT스카이라이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현대HCN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며 부인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이슈가 21대 국회에서 다시 불거질 것을 대비해 추가 검토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독점 위성방송 사업권자로 난시청 해소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지난해 2월 황창규 당시 KT 회장이 인수합병(M&A)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업의 물적분할 날짜까지 정한 만큼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1위 굳히기냐, 추격전이냐

작년 말 기준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31.52%(약 1058만 명)로 가장 높다.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포함)와 SK브로드밴드(옛 티브로드 포함)가 각각 24.91%(836만 명), 24.17%(812만 명)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HCN의 점유율은 3.95%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KT는 점유율 35.47%로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두 업체가 딜라이브(5.98%)와 CMB(4.58%)를 모두 인수하더라도 KT의 점유율을 넘기 어려워진다. 반면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각각 점유율 28.86%, 28.12%로 3위와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KT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케이블TV 회사 가운데 현대HCN은 도심 지역 위주로 사업을 하고 수익성도 높아 알짜 매물로 꼽힌다”며 “막바지까지 업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