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들은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개 사육이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는 반면, 개 농장주와 보신탕집 업주들은 개고기를 합법화해 당국이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며 격렬히 대립한다.
26일 관련 단체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갈등은 현행법상 '가축이기도 하고 가축이 아니기도 한' 개의 애매한 법적 지위 때문이다.
법의 모순을 해소하지 못하면 매년 비슷한 논쟁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를 구체적으로 규율해 개고기 문제가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될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가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개…관련법끼리 모순
개 식용 문제와 관련된 법률로는 축산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2가지가 있다.
문제는 개가 축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법에서는 소·말·양 등과 같은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가축의 사육·도살 등에 관한 규정을 다루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으로는 가축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법 간 이런 모순은 식용 개가 아무런 규제 없이 사육·도살되고 위생이 고려되지 않은 채 시장에 유통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동물권 단체들은 지적한다.
동물권행동 카라(KARA) 관계자는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라는 이유로 대량 사육이 가능해 철창에 갇힌 채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공장식으로 길러진다"며 "반면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규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허가받은 작업장'에서 도살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 공동대표 서국화 변호사는 "개고기가 뻔히 시장에 유통됨에도 축산물의 위생적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동물 사육 과정에서의 복지 보장과 고통 없는 도살이 이뤄지도록 감독해야 할 국가기관이 역할을 방기한 셈"이라고 했다.
◇ 고문하듯 감전시켜 도살하지만…애매한 동물보호법
개에게는 동물보호법도 충분한 법적 보호장치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많은 업자는 개를 전압선을 연결한 쇠꼬챙이로 찔러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한다.
죽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털을 뽑거나 삶아버리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인천지법은 개 30마리를 감전시켜 도살한 개 농장주의 행위가 "동물보호법이 정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인 서울고법도 같은 판결을 했다.
이 사건은 "개에 대한 사회 통념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후에야 유죄판결이 나왔다.
박주연 PNR 변호사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불명확한 규정이 많아 식용 목적의 개를 함부로 도살하는 행위를 규제·관리하기에 매우 부족하다"며 "이는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생명권 침해뿐 아니라 인간이 섭취하는 축산물의 위생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 청와대도 "관련 규정 정비 검토" 밝혔는데…"제도상 괴리 빨리 해결해야"
개 식용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 문제를 법 테두리 밖에 방치해서는 반복되는 논란을 막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적 해결책은 둘 중 하나"라며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에도 개를 포함해 사육 과정에서의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축산법상 가축의 범위에서 개를 제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법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18년 청와대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고 개의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가축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답변자로 나온 최재관 당시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동물을 가축으로만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한 축산법 전문 변호사는 "개고기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사실상 사양산업이 됐다"며 "가축 범주에 개를 포함시킨다 해도 개 도축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9%는 '개고기 섭취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개고기를 먹었으나 요즘은 먹지 않는다'는 응답도 41.8%였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법의 구멍 때문에 개 식용 문제는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하루빨리 제도상의 괴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