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서 지휘봉 잡는 지한파 지휘자 페뤼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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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에 연주할 수 있어 감사"
지난 23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프랑스 출신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Adrien Perruchon.37)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와 함께 막바지 리허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악장 이지혜(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이은주(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제2바이올린 부수석) 등이 그와 눈을 맞추며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했다.
페뤼숑은 지휘봉을 흔들면서도 가끔 생각에 잠긴 채 리허설룸 천장을 쳐다봤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고요했던 사운드는 어느 순간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대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펑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의 연주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페뤼숑은 리허설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휘를 하면서 작곡자가 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빚어내는 사운드를 듣는 게 중요하다.
잘 들어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잘 듣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덧붙였다.
페뤼숑과 PFO는 오는 25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전원'과 윤이상의 '인상'을 연주한다.
페뤼숑은 "두 곡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작곡된 곡"이라며 "손열음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논의해서 연주할 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베토벤과 윤이상 모두 소외되고 억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베토벤은 괴팍한 본인 성격에다가 청각장애로 고립됐고, 윤이상은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았죠. 그들은 청력 회복이라든가, 귀국 같은 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어떤 강렬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어요.
"
그는 2003년 정명훈의 발탁으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팀파니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서울시향 팀파니 수석으로도 활동하며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한국 음악가들과 오랜 세월 교류하면서 현재 아내인 소프라노 이명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정명훈의 사임과 함께 2016년 서울시향도 그만뒀고, 그해 연주자 생활을 아예 청산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지휘자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2017년까지 LA 필하모닉에서 두다멜 지휘자 펠로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LA 필하모닉, 몽펠리에 국립오페라 교향악단, NDR 하노버라디오필하모닉, 도쿄필하모닉 등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다.
빈 교향악단(Wiener Symphoniker)을 이끌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독일지역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모든 선택에는 희생과 보상이 뒤따른다"며 "오케스트라는 정규직이어서 안정적이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연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함과 함께 안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2주 이상 악기를 놓치거나 지휘를 안 해본 적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가가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런 점에서 지휘하고, 연주할 기회를 얻은 건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죠. 음악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 자유로움을 연주자와 관객, 모두와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프랑스 출신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Adrien Perruchon.37)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와 함께 막바지 리허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악장 이지혜(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이은주(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제2바이올린 부수석) 등이 그와 눈을 맞추며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했다.
페뤼숑은 지휘봉을 흔들면서도 가끔 생각에 잠긴 채 리허설룸 천장을 쳐다봤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고요했던 사운드는 어느 순간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대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펑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의 연주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페뤼숑은 리허설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휘를 하면서 작곡자가 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빚어내는 사운드를 듣는 게 중요하다.
잘 들어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잘 듣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덧붙였다.
페뤼숑과 PFO는 오는 25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전원'과 윤이상의 '인상'을 연주한다.
페뤼숑은 "두 곡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작곡된 곡"이라며 "손열음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논의해서 연주할 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베토벤과 윤이상 모두 소외되고 억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베토벤은 괴팍한 본인 성격에다가 청각장애로 고립됐고, 윤이상은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았죠. 그들은 청력 회복이라든가, 귀국 같은 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어떤 강렬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어요.
"
그는 2003년 정명훈의 발탁으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팀파니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서울시향 팀파니 수석으로도 활동하며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한국 음악가들과 오랜 세월 교류하면서 현재 아내인 소프라노 이명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정명훈의 사임과 함께 2016년 서울시향도 그만뒀고, 그해 연주자 생활을 아예 청산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지휘자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2017년까지 LA 필하모닉에서 두다멜 지휘자 펠로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LA 필하모닉, 몽펠리에 국립오페라 교향악단, NDR 하노버라디오필하모닉, 도쿄필하모닉 등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다.
빈 교향악단(Wiener Symphoniker)을 이끌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독일지역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모든 선택에는 희생과 보상이 뒤따른다"며 "오케스트라는 정규직이어서 안정적이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연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함과 함께 안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2주 이상 악기를 놓치거나 지휘를 안 해본 적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가가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런 점에서 지휘하고, 연주할 기회를 얻은 건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죠. 음악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 자유로움을 연주자와 관객, 모두와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