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성)이 되고 싶어하는 17세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제이미는 다소 특이한 아이로 자라지만, 엄마 마거릿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존감을 높여간다.
마거릿 역할을 맡은 김선영(46)도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멋지고 쿨한 마거릿처럼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진 못하겠다"며 "제이미에 출연하면서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니까 바라봐주고 지지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다른 아이의 성향을 보면서도 묵묵히 아들을 응원해 준다.
가난하고 외롭지만, 아들이 있어 삶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삶의 토대가 단번에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제이미의 가출로 마거릿은 절망에 휩싸인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선영은 담담하게 '히 이즈 마이 보이'(He's my boy)를 부른다.
자식에게 모든 정을 쏟았기에 이제는 화를 낼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은 어머니의 심정이 절절히 묻어난 절창(絶唱)이다.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노래가 아니에요.
'보디가드'에 비하면 사실 무척 쉽죠. 그런데 왜 이렇게 부르는 게 어려울까 생각해봤어요.
사랑하는 이성에게 부르는 노래는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들을 향해 부르는 노래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을 받으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줄곧 양지만 걸었다.
'에비타' '미스 사이공'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엘리자벳' '영웅' '위키드'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주요 뮤지컬에서 주로 선이 굵고 개성 강한 역할을 맡았다.
상복도 많아 2007년 더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과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2012년에는 더 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올해의 배우상(여자부문)을, 올해는 한국뮤지컬어워드에서 '호프'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시원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 팬들은 그에게 '여왕'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김선영은 "안 해본 역할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제 남자 역할만 해보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제 나이에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아직도 일정한 역할을 뮤지컬에서 할 수 있으니까요.
열심히도 했지만, 그동안 운도 좋았어요.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든 건 몇 년 전부터예요.
요즘에는 후배든, 누구든 섬기는 자세로 일하려고 합니다.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