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가 반도건설과 공동으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을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하는 ‘3자 주주연합’ 지분을 추가로 늘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다.

신주인수권증권은 정해진 가격에 한진칼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 증권이다. 증권 1주를 가진 투자자는 새 한진칼 주식 1주를 정해둔 값에 매수할 수 있다. KCGI가 운용하는 PEF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이날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최대 120만 주를 주당 2만50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전날 종가인 2만2900원 대비 약 11% 웃돈을 얹은 가격이다.

KCGI는 “한진그룹이 처한 심각한 경영상 위기는 현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며 “이번 공개매수는 주주연합이 한진칼 지배력을 획득해 한진그룹 위상에 걸맞은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5.23%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3자 연합 보유 신주인수권증권은 기존 보유분(44만6235주)을 포함해 총 164만6235주로 증가한다. 행사가액인 주당 8만2500원을 별도로 지불하면 같은 수의 본주(기존 발행주식 총수 기준 2.8%)를 새로 취득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전량 행사를 가정하면 최대 46.71%의 보통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3%다. 지분 우위를 점하려면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델타항공(14.90%) 외에 더 많은 우호 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공개매수 대상 신주인수권증권은 한진칼이 지난 3일 발행한 물량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3000억원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청약 참여자들은 3000억원어치 채권과 363만6363주의 신주인수권증권을 배정받았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