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교향곡 9번 '합창'으로 개막 공연

폭염이 마치 숨 고르기라도 하듯 한풀 꺾인 22일 저녁 강원 평창군 대관령.
광기 어린 대낮의 열기가 사라지고, 풀 내음 가득한 바람이 피부를 자극하는 대관령에 웅장한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베토벤 작품에서 꿈과 희망 얻기를"…평창 대관령 음악제 개막
강원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7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가 이날 저녁 평창 알펜시아 뮤직 텐트에서 개막했다.

개막 공연은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으로 시작됐다.

춘천시향이 이종진 상임 지휘자의 지휘봉 아래 베토벤 교향곡 9번 작품 '합창'을 대관령까지 찾아온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손열음 예술감독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음악과 삶으로 음악제를 채웠다"며 "그의 작품에서 꿈과 희망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면서 안전한 음악제를 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관객들이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두 좌석 건너 하나씩 객석을 설치해 예년보다 관객이 앉을 자리를 절반으로 줄었다.

또 무대와 객석은 실내 공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리를 넉넉히 뒀다.

관객들은 열을 체크하고 손 소독을 한 뒤 입장하도록 하는 등 방역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베토벤 작품에서 꿈과 희망 얻기를"…평창 대관령 음악제 개막
마스크를 쓴 채 숨을 죽이며 1시간 20분 동안 무대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던 관객들은 마침내 공연이 끝나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다.

베토벤이 자신의 최후 작품인 현악사중주 16번에 적어놓은 노트의 일부를 주제로 선정했다.

주최 측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베토벤의 교향곡으로 음악제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가 파죽지세로 세계로 확산하는 작금의 사태 속에서는 '우리는 이겨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로도 읽혔다.

청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승리를 노래했던 그의 작품과 마주했던 벅찬 감동은 무대의 불이 꺼지고 다시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들의 가슴에 여운으로 남았다.

베토벤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올해 대관령 음악제는 폐막작도 그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선정했다.

이번 음악제는 다음 달 8일까지 춘천, 삼척, 강릉 등 강원 일원에서 계속된다.

"베토벤 작품에서 꿈과 희망 얻기를"…평창 대관령 음악제 개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