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모펀드의 강남 아파트 매입을 둘러싼 시선이 곱지 않다.

부동산 규제를 우회한 투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규제 회피 목적" vs. "참신한 투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한 동을 420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997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한 개인(가족 소유)이 외국인 레지던스와 내국인 임대주택으로 운영해 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으로 입지 조건이 우수하고,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수월한 리모델링 특성상 사업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펀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벌어진 거래라는 점이다.

개인이 투자용으로 다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해도 한발 늦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 그들만의 리그?…한 때는 미분양 구원 투수

업계에서는 대중의 공분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우선 사모펀드라는 투자 수단부터가 눈엣가시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대상에도 투자할 수 있다. 즉, 강남 아파트 한 동을 사는 자체로는 법을 어기는 게 아니다.

다만 아무나 투자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규제가 완화됐다 한들 최소 1억원은 들고 있어야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큰 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사모펀드가 전방위 규제로 꼽히는 이번 부동산 대책까지 피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의 입장에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올 연초부터 매입을 검토해 4월 말까지 거래를 마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된 것"이라며 규제 회피 논란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차익에 대해 부동산 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투기 우회 전략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사모펀드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이야 랜드마크지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안 팔려서 걱정이던 `반포자이`의 미매각 물량을 해소해준 수단 중 하나가 사모펀드였다.

욕받이가 돼 버린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내놓은 공모리츠 역시 기초 자산이 인천의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한 사모펀드였다.

큰 돈이 들어가는 주택 사업 특성상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신속히 유치하고, 주거난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운용사의 항변과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 해외에서는 아파트 리츠 다수…"신뢰 회복 우선"

결국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수익률 1%가 아쉬운 상황에서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의 소외감이 논란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정부는 개인도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공모리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장리츠로 노후를 대비할 만큼 시장이 성숙한 해외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시가총액 215억 달러에 달하는 아발론베이 리츠와 211억 달러의 에쿼티레지덴셜 리츠는 둘 다 아파트 임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상품이다. 배당 수익률은 모두 연 4%를 넘는다.

이들 리츠는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투자 비용을 낮추고 이익은 늘리는 전략을 추구한다. 실제로 아발론베이 리츠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800가구, 약 2억4천만 달러 규모의 아파트를 준공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개발 사업 역시 약 26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거 소비는 필수적인 소비로, 경기 둔화시에도 주택임대시장은 견조한 수요를 보이기 때문에 해외 선진국에서는 아파트 리츠가 보편적인 투자 상품"이라면서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할 경우 다수의 자산을 원가(건축비용) 상태로 확보한 후 임대를 통해 안정화 전략을 취할 수 있고, 이는 곧 자산 가치 증대로 이어진다"고도 설명했다.

미국처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꼬박꼬박 안겨주는 아파트 리츠가 많이 생기기 위해서는 펀드의 과감한 투자를 무작정 삐딱한 시선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진정으로 투자자를 위한다면 투자 자산을 둘러싼 의혹 또한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출받은 270억원 중 100억원 가량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초과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에 자금을 빌려준 새마을금고는 "초과 대출분에 대해 회수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펀드 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스 측은 아파트를 사들여 리모델링 후, 시장에 내놓는 건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시설자금대출`에 해당하는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출 회수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부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가뜩이나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에게 논란이 있는 상품은 외면 당하기 십상"이라고 귀띔했다.

몇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자산운용사의 이번 투자는 적법했다. 펀드를 기획하고 실행한 실무진들에게는 오히려 상을 주어야 할 지도 모른다. 투자대상이 `집`이라는 이유로 매도당하는 분위기는 자본시장 선진화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법무장관이 수사를 지시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하필 지금 강남 아파트를"…펀드의 투자는 유죄?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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