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황룡사 중문·남회랑 디지털 복원
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부터 90여 년에 걸쳐 조성한 신라 최대의 사찰이었다.

선덕여왕 14년(645년)에는 9층 목탑이 건축됐다.

하지만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몽골군 침입 때 불타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일부를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복원한 부분은 황룡사의 건축물 중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시기의 중문과 남회랑이다.

황룡사는 남문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에 남회랑이 이어져 있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이고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이다.

복원된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건물 네 면에 처마가 있는 집) 형태의 건물과 책을 엎어놓은 1층 규모의 맞배지붕 형태 등 두 가지로 구현됐다.

남회랑도 중문의 형태에 맞춰 두 가지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중문의 초석 배치와 형태 등을 보면 단층으로 추정되지만, 초석을 받치는 기초인 적심석(積心石)의 규모와 황룡사지 전체 건물의 높이 비례를 분석했을 때는 중층일 가능성이 있어 두 가지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체험자의 위치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살렸고, 시간 경과에 따라 그림자의 변화를 달리하고 부재의 재질을 다양화해 황룡사를 실제 거니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차율이 비교적 큰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적용하지 않고, 체험자가 움직이거나 이동해도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위치표시 기준점인 마커(marker)를 땅에 설치하고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실물이 없었던 한양 도성의 서쪽 정문인 돈의문(敦義門)을 지난해 8월 디지털로 구현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제작하고 건물의 부재를 하나하나 구현해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증강현실로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시와 협의해 추후 황룡사지 방문객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황룡사지 출토 유물을 활용한 보물찾기, 발굴유적 관람, 4계절 배경 적용, 건물 확대 보기, 황룡사를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과 전자우편 전송 서비스, 건축 과정 애니메이션 영상 상영, 건축 부재 설명 등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을, 이후에는 강당과 목탑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