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화론' 한달새 2배↑…민주·고학력·여성이 우려 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재확산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스크 착용이 늘었지만, 항상 착용한다는 이들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마스크 착용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총을 겨눌 정도로 격한 논란거리가 된 데 따른 현상이다.
경제활동 재개 이후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에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미국인의 비중은 감소했다.
20일(현지시간) 갤럽이 미국에서 18세 이상 성인 패널 10만명을 상대로 지난 6∼12일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일간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88%에 달해 4월 초(51%)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외출할 때 마스크를 항상 착용한다는 미국인은 47%에 불과했다.
아주 자주 착용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27%였다.
마스크를 자주 착용한다는 미국인은 4분의 3가량 되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이날 최소 6만1천761명, 사망자수는 500명 이상 늘어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집계했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천명 늘어나 역대 최대폭 증가기록을 경신해 누적 확진자수가 40만명에 육박하면서 기존 미국 내 최대였던 뉴욕주(40만7천여명)를 넘어설 기세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 착용에 미온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모드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마스크를 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얼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애국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보건당국 책임자는 모든 미국인이 마스크를 쓴다면 미국 내에서 고삐가 풀린 코로나19를 두 달 내 통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마스크 착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은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자는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는 반면,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는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마스크 착용은 미국 내에서 전국적으로 보건과 시민권, 개인의 자유에 관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원칙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는 이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에서 BBQ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밥 팜그렌은 한 손님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가게에 들어오자 '이 레스토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손님은 총을 휙 꺼내 들더니 자신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서 예외라고 주장했다.
해병대 출신인 팜그렌은 해당 손님에게 "코로나19는 당신이 총이 있는지 없는지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당장 나가달라"고 말했다.
BBQ레스토랑에서의 이런 언쟁은 마스크 착용 요구를 둘러싼 미국 사회 내 깊은 간극을 보여준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캔자스주를 비롯해 미국 50개 주 중 절반 이상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은 6월 첫째 주 31%에서 이달 12일 66%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은 특히 민주당 지지자, 여성, 대졸자를 중심으로 포진했다.
하지만, 집 밖에서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4월 초 75%에서 이달 12일 44%로 떨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