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KAIST 연구팀 "추가 독성 연구 필요"
형광물질 흡입해 폐암 조직 찾아낸다…"소량으로도 효과적"
혈관 조영검사에 쓰이는 형광물질을 폐암 조직을 찾아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구로병원 김현구 교수·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지호 교수 연구팀이 형광물질을 흡입해 폐암 병변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인도시아닌 그린'(ICG)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생체에 쓸 수 있는 형광물질 조영제이다.

인도시아닌 그린은 조영제로 쓸 경우 암세포 주위 투과력이 높은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 정맥 주입을 통해 폐암을 탐색하는 기법이 제안됐다.

하지만 조영제는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고 암 조직에 쌓이기까지 하루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인도시아닌 그린을 혈관으로 투여하는 대신 호흡기로 흡입하는 방법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폐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형광물질 흡입해 폐암 조직 찾아낸다…"소량으로도 효과적"
인도시아닌 그린은 폐 조직으로 흡입될 경우 폐암 조직에는 도달하지 않고, 정상 폐포에만 퍼지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포 구조가 망가진 폐암 조직은 고체인 인도시아닌 그린이 들어가기 어려운 장애물이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형광을 띠는 정상 폐포와 어두운 폐암 조직 간 경계면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생쥐와 토끼를 대상으로 인도시아닌 그린 0.25㎎/㎏을 들이마시도록 한 결과 정상 폐 조직과 폐암 조직에서의 형광 강도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져 경계면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양을 정맥 주입할 경우 암 조직과 정상 조직 간 형광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흡입 방식으로 바꾸면 전신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폐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정맥 주입 방식과 비교해 사용량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다른 장기에의 영향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또 흡입 후 10분만 지나면 신속하게 폐암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현구 교수는 "폐암 조직 절제 시 정상 조직의 절제를 최소화함으로써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흡입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독성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JAMA)가 발행하는 '외과 국제학술지'(JAMA surgery) 지난달 24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