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코리아의 전자담배 브랜드 '글로 센스'가 대대적인 할인 행사 뒤 갑자기 단종을 통보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최근 일부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 프로'에 역량을 집중하고, 출시 이후 고객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글로 센스'는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고 알렸다.

글로 센스는 지난해 8월 BAT코리아가 야심 차게 선보인 전자담배 신제품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할 정도로 국내 시장에 공을 들였다.

이 제품은 전용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을 가열해 생성한 증기를 담배 포드에 통과 시켜 담배 고유의 풍미와 니코틴을 전달하는 원리로 설계됐다.

니코틴이 액상에 들어있지 않고 담배 포드에 들어있다는 점에서 일반 액상 전자담배와는 다르다.

소비자들은 특히 BAT코리아가 단종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지난달부터 '90% 폭탄 세일'을 진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리 단종 계획을 세운 뒤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 물량을 털어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전자담배는 특성상 지속해서 액상·담배 포드 같은 소모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제품이 단종돼 소모품 공급이 끊기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일자 해당 제품과의 직접 관련성은 없음에도 판매량이 급감한 나머지 이 같은 고육지책을 낸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나온다.

BAT코리아 측은 글로 센스는 이달 말까지 온·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재고 물량을 소진하되, 액상·담배 포드 등 소모품은 10월 말까지 판매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전자담배 제품 사용에 꼭 필요한 액상 포드 판매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제품만 팔아치운 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성토가 나온다.

직장인 정모(34) 씨는 "특가 할인에 혹해 지난달 말 구매했는데, 이후 서울 용산구·서대문구 일대 편의점을 다 돌아다녀도 액상 포드를 사지 못했다"며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는데 판매종료를 알리는 문자를 받으니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0) 씨는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 열 군데를 돌아다녀도 액상 포드 판매처가 없어 본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자기들도 모른다더라"며 "전자담배 기기만 팔면 끝이냐"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BAT코리아 관계자는 "기기나 소모품을 함께 단종시키는 사례가 많은데, 고객에게 제품 공급을 최대로 하기 위해 10월 말까지 소모품은 공급하기로 한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