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미국·일본·유럽 인증 기사 1급…글로벌 기업 임원
"외국 기업 학력보다 기술 중시…다양한 공학적 지식 융합 사고"
"학력보다 기술 자격증이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
국제공인시험기관 다국적기업 한국에스지에스(SGS) 유성규(58) 상무는 고졸 출신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부산사무소 책임자를 맡은 유씨는 비파괴부문에서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명장이다.

그는 비파괴부문에서 학력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최고 기술과 능력,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씨는 경남공고를 졸업하고 1981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원전사업본부 품질 보증 부서에 행정사무직으로 배치된 유씨는 고리원전 설비에 결함이 있는지 초음파로 비파괴검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현장 검사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초음파 기능사·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984년 대우조선에 특채된 유씨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비파괴검사 기술인이 되겠다며 도전에 나섰다.

대우조선은 LNG선, 석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사업 관련 해외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미국과 유럽에 있는 비파괴검사협회가 인증하는 선박 품질 검사원이 부족했다.

그는 미국·일본·유럽 비파괴검사협회가 인증하는 기사 1급 자격증을 따냈다.

유씨는 "한국어로 번역된 교재를 구해 2~3년 시험 준비를 했다"며 "영어와 일본어도 배워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과해 기사 1급 자격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설립한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유씨는 국내 대기업 석유화학 업체를 상대로 설비 안전, 유지 보수, 검사 등의 용역을 수행했다.

그는 정유공장 고압 배관 초음파 검사, LNG선 음향방출 이용 안전성 검사 등을 하면서 특허만 13건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은 19종(용접, 배관, 품질, 초음파, 침투탐상, 누설검사 등)에 이른다.

그는 논문 발표, 학회 세미나, 자격 갱신 시험 등을 준비하며 비파괴검사 분야에 관한 공부를 계속했다.

2007년부터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한국에스지에스(SGS) 부산사무소장을 맡았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이상이 없다는 성적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자신이 다니는 회사 소개를 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특허와 자격증을 바탕으로 2012년 비파괴부문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비파괴검사는 공학적 지식과 재료 상태, 사용환경, 통계 등을 알아야 하고 특히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
비파괴검사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진 유씨는 국내 비파괴검사 업계가 영세해 고급 인력을 키워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 대학을 나온 석·박사 출신이 있지만, 대기업 급여 수준이 아니고 작업 여건도 좋지 않아 비파괴검사 직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학 안 나와도 해외에서 인증하는 자격증만 있으면 남부럽지 않은 급여와 법에서 의무 고용을 보장해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이 분야"라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은 학력보다 기술을 중요시합니다.

대학, 대학원에 안 다니고 박사 학위 없어도 영어하고 기술만 있으면 해외에서 인정하는 기술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유씨는 고등학교에서 진로와 직업 세계를 설명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비파괴검사 분야에 도전해보라며 이렇게 권유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