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한 책 나눔운동도 참여…"남성들 사이에서도 문제 심각성 인식 퍼진다는 뜻"
'김지은입니다' 읽는 남성들…"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
취업준비생 유모(25·남)씨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의 책 '김지은입니다'를 최근 누나와 함께 읽었다.

권력형 성범죄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가 바뀌려면 자신부터 뭔가 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책을 열었다고 한다.

유씨는 19일 "김지은씨가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로 성폭력 피해를 공론화한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사건을 접했지 실제로 피해자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됐다"고 말했다.

올 3월 출간된 '김지은입니다'는 김씨가 2018년 3월 5일 안 전 지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2019년 9월 9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554일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최근 이 책을 찾아 읽고 주변에 나누는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성 독자들도 잇따르고 있다.

유씨는 "이번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책 내용을 다시 곱씹다 보니 사회적 명망이 있는 가해자를 사람들이 존경하던 시절 피해자는 얼마나 절망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은입니다'를 읽은 이들은 이달 초 정치권 인사들의 안 전 지사 모친상 조문을 계기로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나눔운동'으로 다른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대학원생 신모(26·남)씨도 최근 '김지은입니다'의 무료 나눔행사를 했다.

'김지은입니다' 읽는 남성들…"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
신씨는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일련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서 뭐라도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다른 남성 지인이 해당 책에 대해 무료 나눔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책 나눔 행사를 통해 남성분이 책을 받으셨는데 그분도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릴레이 책 나눔 행렬에 동참했다"며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2차 가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연대한다는 뜻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논의에 불을 붙인 기폭제 중 하나가 '82년생 김지영' 같은 책이었던 만큼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졌을 때 책을 이용한 연대와 지지 표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해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권력형 성범죄가 다시 한번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특히 평소 페미니스트를 표방했던 정치 지도자까지 사실은 성인지 감수성이 낮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권력형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며 이 책의 의미가 재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책 나눔 릴레이 등에 참여하는 건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고,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라는 인식이 남성들 사이에서도 점차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