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도 재발 방지 대책이 제때 마련되지 않아 국제학교가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7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4곳이 모두 지난 5월 27일 성범죄자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대상에 뒤늦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이 학교, 유치원과 의료기관 등에 최대 10년간 취업할 수 없게 한 제도다.
지난해부터 국제학교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뒤늦게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올해 1월 한 국제학교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출신 40대 교사 A씨가 유치부 원아 3명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현재 불구속기소 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4월께는 국제학교에 근무하던 B(38)씨가 교실에서 자신에게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 학생 B(12)양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는 등 2019년 3월부터 4월까지 13세 미만의 피해자 4명을 상대로 모두 9차례에 걸쳐 엉덩이를 만지거나 쓰다듬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4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받았다.
여성가족부는 국제학교가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대상에 포함되자 즉시 제주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국제학교 직원 전원에 대해 성범죄 경력조회를 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6월부터 7월초까지 국제학교 4곳의 직원 1천348명을 대상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아 성범죄경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성범죄 전력이 있는 60대 청소 용역 근로자가 국제학교에서 일하는 사실이 확인돼 부랴부랴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내 일반 국공립 학교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채용 예정자의 성범죄 전력을 조회해왔는데 국제학교는 이에 비해 7년이나 늦은 셈이다.
국제학교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뒤늦게 등록된 것은 공교육 테두리가 아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교육청 관할 밖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국제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거나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성추행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방지 대책 주문은 물론 자세한 실태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관계자 모두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2008년부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보성·신평리 일원 379만2천㎡에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영어교육도시가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한국국제학교(KIS·2011년 9월 개교),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NLCS JEJU·2011년 9월 개교), 브랭섬홀아시아(BHA·2012년 10월 개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Jeju·2017년 11월 개교) 등 4개 국제학교가 운영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