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뒤 롯데로 이적한 다익손은 5회를 넘기면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
롯데는 고육지책으로 다익손을 '오프너'로 활용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롯데는 올 시즌 다익손과 결별한 뒤 1선발로 현역 메이저리거 샘슨과 계약했지만 웬걸 다익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샘슨은 지난 15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4⅓이닝 동안 안타 11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8실점 했다.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실망스러운 투구 속에 샘슨은 시즌 6패(3승)째를 떠안았다.
다익손처럼 샘슨도 경기 초반은 위력적이다.
이날도 3회까지는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4회에 2실점 하며 2-2 동점을 허용했고, 5회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추가로 6점을 더 내줬다.
실제로 샘슨은 1∼3회 피안타율이 0.269,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636에 불과했다.
하지만 4∼6회에는 피안타율이 0.404, 피OPS가 1.050으로 급격하게 치솟는다.
4회 이후 샘슨을 만나는 타자들은 누구건 4할 타자로 변신하는 셈이다.
이닝이 진행될수록 피안타율과 피OPS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건 샘슨의 스태미나가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이다.
샘슨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6승 8패에 평균자책점 5.89로 활약했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인 샘슨에 대한 롯데의 기대는 상당했다.
롯데는 샘슨을 1선발로 점찍었지만, 첫 스텝부터 꼬였다.
샘슨은 1월 31일 스프링캠프 합류를 앞두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롯데 구단은 샘슨에게 합류 날짜를 늦추는 것을 제안했으나 샘슨은 예정된 날짜에 합류했다.
결국 샘슨의 아버지는 투병 끝에 5월 6일 숨을 거뒀다.
샘슨에게는 힘든 시간이었고, 그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국내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샘슨은 올 시즌 직구 평균 시속이 144.8㎞에 불과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보다 약 4㎞가 떨어졌다.
게다가 레퍼토리마저 단순해 구위가 떨어졌을 때, 대처가 전혀 되지 않는다.
샘슨은 LG전에서 5회 무사 1, 3루에서 김현수에게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파울 홈런을 맞은 뒤 다시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 결과는 스리런 홈런이었다.
경기 중반 이후 직구의 힘이 확 떨어진다는 건 샘슨도 알고, 상대하는 타자들도 안다.
그렇다고 샘슨을 다익손처럼 오프너로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롯데의 머리가 복잡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