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예한 4월분 세금 7월 말까지 납부 도래
정유사 1분기 역대급 손실 이어 2분기도 적자 예상
업계 "분할납부라도"…국세청은 '난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이달 납부할 세금 부담에 속앓이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경영 손실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해줬던 세금을 이달 말에 한꺼번에 물게 되면서 유동성 악화를 걱정하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정부에 세금을 추가 유예해주거나 분할납부라도 허용해달라며 지원 요청에 나섰다.

정유업계, 정부에 SOS…"세금납부 기한 더 늦춰달라"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했던 대규모 원유 관련 세금들이 대부분 이달 말부터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국세청) 4월분을 7월 말로 납부 유예했고, 4∼6월분 석유수입부과금(산업통상자원부)은 각 3개월씩 연장했다.

원유 관세와 수입부가세(관세청)는 3월 납부분의 경우 5월 말로, 6∼8월분에 대해서는 각각 3개월씩 미뤄주기로 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1조4천억원에 달하는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월 400억원 규모의 4월 석유수입부과금 유예분을 이달 말까지 내야 한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앞서 유예받은 4월분 세금과 7월에 발생한 당월 세금까지 두 달 치를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당장 세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업계는 1분기에 4조4천억원의 전무후무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2분기에도 '코로나 락다운'으로 석유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상당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꺼번에 납부할 세금이 늘면서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르는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 크랭킹 정제마진의 경우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전환 이후 14주 만인 지난달 셋째 주 배럴당 0.1달러로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지난주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정유사들이 수익을 낸다고 볼 수 있는데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셈이다.

정유업계, 정부에 SOS…"세금납부 기한 더 늦춰달라"
증권업계는 정유 4사가 1분기보다는 적자폭을 줄이겠지만 2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은 최대 수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한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회사별로 국세청 등에 세금 납부 추가 유예를 건의하고 있다.

업계는 일시 유예가 어렵다면 분할 납부 등이라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세수 부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는 이번에 정유 업종이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그보다는 세금 유예가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1분기 초대형 적자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세금 유예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2분기 이후에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석유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관세청은 현재 정유사들과 9∼11월분 관세의 추가 유예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울산세관은 최근 SK에너지의 9∼11월 원유 관세를 12월15일까지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