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서울시  제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서울시 제공
10일 새벽 전해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여권에서는 추모 메시지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전직 비서로부터 경찰 고소를 당한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찬 “충격적이고 애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시장의 죽음을 언급하며 “충격적이고 애석하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비통한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외에 예정됐던 공개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박 시장의 빈소로 향했다. 서울시는 이 대표에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박 시장 장례식의 공동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는 선을 그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경찰에서 진행해야 할 몫”이라며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지금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고 양쪽 끝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직 비서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일 고소를 당했다.

SNS에도 애도의 뜻을 전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추모 글이 이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황망한 작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다”고 적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망연자실할 따름”이라며 “고인의 영면과 명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민주당 전대 ‘찬물’

1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들어가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1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들어가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번주 당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준비하던 이낙연 의원(전 국무총리)과 김부겸 전 의원은 박 시장 사망으로 공식 일정을 잠시 중단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예정된 언론 인터뷰를 모두 잠정 취소했다. 새벽 일정이던 ‘자치와 균형포럼’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시장의 명복을 빌고 안식을 기원한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애도했다.

김 전 의원 역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의원 측은 “장례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대표 선거 관련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전당대회 관련 일정을 당과 상의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은 “인권변호사였던 고인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드높여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하셨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성추행 혐의 진상규명 요구도

일각에서는 박 시장에게 제기된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인물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박 시장을 떠나서 고위공직자나 광역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누구라도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개인 처신의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며 “사실관계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돼야 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 의원은 박 시장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기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비서가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인생을 걸고 고발한 것은 눈감느냐”며 “서울시장 3선을 한 공인이었기에 고발 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사인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민장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