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꼽히는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이 정부의 독려에도 상반기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KT 제공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꼽히는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이 정부의 독려에도 상반기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KT 제공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5세대 통신(5G) 네트워크 구축 진행이 정부의 독려에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내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지난 1분기 설비투자(CAPEX)액은 총 1조881억원이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1분기 투자가 가장 적었던 LG유플러스가 3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각각 3066억원, 406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각각 7.5%와 26.3% 줄었다.

올 2분기 투자액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 목표로 제시했던 4조원보다 무려 3조원이나 차이난다. 2분기 집중적으로 3조원을 투자하지 않은 이상 목표액 도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이통 3사는 올 상반기 5G 네트워크 구축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개최한 긴급 간담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상반기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50% 가까이 늘린 4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가 올 상반기 제시한 투자액 2조7000억원도 사실상 보수적인 관점에서 내놓은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통신업계는 상반기에 장비 조달 등을 비롯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사업을 발주해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투자가 집중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정부의 투자 요구가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5G 설비투자는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이용자들이 몰리는 지하철과 철도, 대규모 점포(백화점·쇼핑몰 등), 대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기지국 설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빌딩에서 외부인 출입을 꺼리고 있어 지하공간과 인빌딩 공사가 이뤄지기 어려웠다"면서 "건물주와 일일이 상의하면서 네트워크 설비를 구축하기 쉽지 않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간의 엇갈린 정책·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의 '공동주택 부대시설' 항목에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 등 통신시설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을 거쳐야 옥상에 중계기 설치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이통사와 주민대표 간 협상으로 가능했던 절차가 훨씬 더 복잡해진 것이다. 국토부는 법령 해석 여지를 두고 과기부와 협의해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5G 가입자 수 확대가 더딘 상황이라는 점도 설비투자 부담 요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5G 가입자수는 687만6914명을 기록했다. 4월과 비교해 53만6997명 증가했고, 3월 52만478명 증가를 넘어선 올해 최고의 기록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1분기까지는 가입자 수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다.

올 하반기에는 이통 3사가 5G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이통 3사는 5G 상용화를 위해 살포한 불법보조금 제재를 앞두고 방통위에 재발 방지책과 5G 설비투자 활성화 등 내용을 고려한 의견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 등을 고려해 방통위는 전날 5G 불법보조금에 대한 과징금을 시장 예상치보다 약 200억원 낮은 512억원으로 경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단통법 등 여러가지 어려운 제약 조건이 있지만 디지털 뉴딜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