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조교에게 도움 요청해도 방치…인권위, 대학에 실태조사 권고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고 이후 실업팀에서 저질러지는 인권 침해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실업팀 전 단계로 불리는 대학 운동부에서도 선후배 사이의 폭행과 가혹행위 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대학 운동부 선배가 후배들에게 부당 노동을 강요하거나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모 대학교에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개선 조치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이 대학에 입학한 A씨는 주장과 선배 선수들의 강요로 신입생들이 빨래와 생활관 청소를 도맡아 했으며 선배가 후배들을 집합 시켜 '머리 박기(일명 원산폭격)'를 시키거나 외출을 금지하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인권위에 호소했다.

A씨는 운동부 지도교수와 조교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했지만 아무런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들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운동부 1학년 신입생들은 같은 종목 모든 선수의 빨래를 도맡아 했고 생활관 청소도 담당했다.

운동부 주장이 외출 금지를 지시해 일정 기간 생활관에서 나가지 못하고 지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생들은 지도교수에게 이 같은 고충을 호소했지만 교수는 별다른 개선 조치를 해주지 않았고 학과 조교는 신입생들에게 '1학년만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참고 지내라'는 취지로만 말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은 후배들이 부당행위를 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치했다"며 "이는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에 반해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유사 사례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운동부 선수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하고 선배에 의한 노동 강요나 부당행위, 체육 지도자에 의한 체벌이나 욕설, 외출 제재 등이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운동부 지도교수와 조교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도 권고했다.

지난해 인권위가 대학생 선수 4천924명을 상대로 조사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선수 31%(1천514명)가 언어폭력을, 33%(1천613명)가 신체폭력을, 9.6%(473명)가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 박기·엎드려뻗치기'(26.2%)였고,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13%)가 뒤를 이었다.

신체폭력은 선배선수(72%)나 코치(32%), 감독(19%)에 의해 기숙사(62%)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