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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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곧 2000달러를 넘어서고, 장기적으론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금 1트로이온스(약 31.1그램, 8.294돈) 가격이 3개월 내 1800달러를 찍고 1년 이내에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가 나온 지 10일 만인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장중 한때 금값이 1800.50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최고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값이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이 경쟁하듯 돈을 푸는 데다 11월 미국 대선과 미·중 신냉전 등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금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Fed(미국중앙은행)는 달러는 찍어내도, 금은 찍어내지 못한다’는 보고서 제목부터 이를 뒷받침한다. Fed는 달러를 통제할 수 있을지언정 금값을 통제하지는 못하며 이 때문에 금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커지고, 홍콩의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며,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금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139.8%가 증가한 57억8000만원이었다. 금 가격은 6개월 사이에 22% 상승했다. KRX 금시장의 금 1g당 가격은 지난해 말 5만5270원에서 지난달 말 6만8640원으로 올랐다. 2014년 말(4만2330원)과 비교하면 62.2%나 뛰었다.

KRX 금시장에는 매매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 없다. 장내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투자자별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개인이 63.2%로 지난해에 비해 7.1%포인트 늘었다. 국내 금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젊은 층이 부동산 등 목돈이 필요한 투자 대신에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안전자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금을 귀금속이 아니라 투자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 안전성이 높은 금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과 함께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은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경제미디어 마켓워치는 최근 “전 세계에 돈이 넘치고 실질금리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금·은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천 년간의 데이터를 볼 때 지금은 금보다 은을 살 때”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은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은이 산업용 금속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은의 산업용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5G 장비와 태양광 패널에도 사용된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금과 은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세계의 돈이 금과 은 등 안전자산으로 한동안 몰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 원리상으로도 '위기 때 돈값은 내려가고 금값은 올라간다'는 게 정설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