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적으로 세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장기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도차익이 일정액을 넘으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도록 하면서 장기 보유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않아 단기 투자가 조장될 수 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우려한다. 이런 문제점은 7일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리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관련 공청회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외국은 다 있는데…왜 한국만 주식 장기보유 세금 혜택 안 주나"

미국은 주식 장기투자자 우대

기재부는 2023년부터 3억원 이하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22%(지방소득세 포함) 세금(금융투자소득세)을 물리기로 했다. 3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주식 양도차익 규모가 클수록 고율의 세금을 매기지만 장기 투자 혜택은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장기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미국은 주식 매입 후 1년 내에 매각한 단기자본이득에 대해선 이자·배당 등 다른 소득과 합쳐 합산과세한다. 세율도 일반 소득세율과 동일하게 10.0~39.6%다. 금융소득과 다른 일반 소득을 통합해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의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비슷하다.

미국은 매입 후 1년 이상 지나 매각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세율은 개인 소득 규모에 따라 0%, 15%, 20%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본이득을 단기 및 장기 자본이득으로 구분한 뒤 각각 통산한다. 다만 단기순손실 또는 장기순손실이 발생하면 각각 장기소득 또는 단기소득에서 공제해준다. 올해 투자손실을 내년 이후의 이익과 상계해주는 손실 이월제도 기간도 무제한으로 두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궁극적으로 자본손실이 나면 일반소득에서 연 3000달러 한도로 공제해준다.

영국은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하지만 주식 양도차익 같은 자본이득은 분리과세한다. 세율은 금액에 따라 10%, 20%다. 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주식과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하면 모든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연간 납입한도만 2만파운드(약 3000만원)로 정해져 있을 뿐 비과세 한도도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의 ISA는 주식을 편입할 수 없으며 비과세 한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200만원, 400만원에 그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1년 이하 단기 양도소득에는 합산 과세 형태로 소득 누진 방식을 적용하고 1년 이상 장기 양도소득은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분리과세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은 단일세율의 양도세 적용

장기투자자를 역차별하지 않기 위해 투자액 구분 없이 단일세율의 양도세를 매기는 나라도 많다. 장기로 투자하면 투자액이 많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고액에 대해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누진세 대신 단일세를 선택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이다. 일본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한국보다 낮은 20.315%(주민세 및 부흥특별세 포함)의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주식 양도세율은 각각 26.375%(사회연대세 포함), 30%(사회보장세 포함)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도 단일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처럼 장기투자자에게 세율을 낮춰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년 미만 단기투자자에겐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1년 이상~2년 미만의 중기 투자자는 14%, 2년 이상 장기투자자에겐 추가로 세율을 인하해주는 방식이다.

송두한 농협금융지주 금융연구소장은 “주식 장기투자자를 우대해 주식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율을 낮춰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23년부터 적용하려는 주식 양도세율은 3억원 이하 차익과 3억원 초과 차익만 구분하는 2단계 세율이지 일반적인 누진세율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별도의 장기투자 혜택을 제공할 계획은 없다”며 “7일 열리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관련 공청회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본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