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내야수지만 'MLB 유격수' 출신 러셀 영입으로 외야로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김혜성(21)의 외야 슬라이딩 캐치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원래 내야수였고, 프로 입단 이후 외야수 훈련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선수가 리그 정상급 거포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날린 까다로운 코스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서다.

김혜성은 지난 2일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키움이 메이저리그 올스타 유격수 출신 애디슨 러셀을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하게 되면서, 내야의 한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 김혜성이 외야수로 도전하게 된 상황이었다.

3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김혜성은 "어디든 경기에 나간다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내야수가 더 좋지만, 그래도 벤치에 앉아있는 것보다 외야수로 나가서 뛸 수 있는 게 좋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야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김혜성은 프로가 된 이후 한 번도 외야 수비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도 "원래는 내야수가 아니었다.

중학생(동산중) 때까지 외야수를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런 김혜성을 보고 손 감독은 '천재가 아닌가'라며 놀라워했다.

김혜성은 "천재는 아니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2일 두산전에서 김재환의 타구를 잡은 비결에 대해서는 "빗맞은 게 느껴져서 전력으로 뛰어갔는데, 저도 모르게 슬라이딩이 됐다.

저도 모르게 잘 잡힌 것 같다"며 본능적인 타구 판단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모든 게 우연은 아니었다.

김혜성은 낯선 외야 자리에 서 있을 때 "상대 팀 타자 생각, 수비 생각만 했다"며 경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몰입하는지 설명했다.

또 "워낙 제가 잡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타구가 저에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야수로서 좋은 첫 경험을 했지만, 김혜성은 욕심을 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는 "실수할 것 같은 느낌은 안 들었다.

처음이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기본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잘해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생각은 안 한다.

두 번째로 외야수로 나가더라도,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처음 나간 외야에 몸도 마음도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지만, 김혜성의 '마음의 고향'은 여전히 내야다.

만약 팀에서 전문 외야수로 전향할 것을 제안한다면 어떨지 묻자 김혜성은 "잘 모르겠다.

아예 바꾸자고 한다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마냥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