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주-대구서 집단감염…6월 말 비수도권 비중 30%로 늘어
'신규 확진자 50명 미만' 거리두기 1단계 기준도 5차례 넘어서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수도권으로까지 번지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대전과 광주에 이어 이번 달에는 대구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증가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방문판매업체와 종교시설 소모임 등을 통해 대전·광주 등으로 퍼지면서 전체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 비율은 지난달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달 3∼9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3.6%에 불과했지만 10∼16일 4.9%로 다소 올라간 뒤 17∼23일 26.7%, 24∼30일 30.0%로 치솟았다.

최근 발생한 대구의 학원 집단감염 사례를 반영하면 비수도권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 발생 지역은 경기(16명), 서울(12명), 대구(10명), 광주(6명), 대전(4명), 인천·충남·전북·경북(각 1명)으로 총 8곳에 달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감염 확산세가 중부권을 거쳐 남쪽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전날 0시 기준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는 52명에 달했다.

지난달 18일(51명) 이후 보름 만의 50명대 기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지표인 '일일 확진자 수 50명 미만'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1∼3 단계별 기준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 50∼100명은 2단계에 해당한다.

정부가 지난 5월 6일 방역단계를 '생활속 거리두기'(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전환한 이후 일일 지역발생 환자가 50명을 초과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거리두기 1단계의 다른 지표인 '깜깜이 환자 5% 미만'도 깨진 지 오래다.

이미 배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깜깜이 환자 비율은 10.2%로 첫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전날에는 12.0%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정부가 제시한 거리두기 1단계 기준이 속속 깨지면서 전문가들은 단계적·부분적으로라도 거리두기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지역사회 전파 누적은 언젠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사회·경제활동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알겠지만, 대유행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방역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지금 (단계 조정) 기준이 너무 높다.

기준을 낮추든, 단계별 대응을 강화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환자 발생이나 감염집단 규모가 크다면 해당 지역만이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과 관련해 '엄중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는 매우 엄중한 시기이고 이런 판단 아래 중대본과 방역당국이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내 확산이 계속 커지면 방역당국의 추적이 어려워지고 유행을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면서 "아직은 1단계 조치로 대응이 가능하다.

집중 관리가 필요한 곳은 지자체의 판단에 의해 탄력적으로 추가 조치를 통해 확산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