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각종 부문 1·2위…적응력+책임감에 계절 요인까지
프로야구 kt wiz의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KBO리그 4년 차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로하스는 지난달 30일까지 타율 0.376(2위), 17홈런(1위), 45타점(2위), 41득점(1위), 장타율 0.716(1위), OPS(출루율+장타율) 1.141(1위) 등으로 맹활약 중이다.

2017년 6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에 합류한 로하스는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하며 83경기 타율 0.301, 18홈런 등으로 합격점을 받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타율 0.305에 43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뽐냈고, 2019년에는 바뀐 공인구로 인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홈런이 24개로 줄었지만 타율 0.322, 104타점 등 활약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외국인 타자가 타지에서 금방 적응해 장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키움 히어로즈 테일러 모터가 10경기밖에 못 치르고 퇴출당했고, 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도 KBO리그 3년 차에 부진으로 팀을 떠나야 했다.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 타석을 자유롭게 오가는 스위치 타자인 로하스는 해를 넘길수록 KBO리그 투수 경험치를 쌓았다.

그는 4년 연속 10홈런을 달성하고 "경기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은 외국인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밝히고 잠시 부진했을 때도 있었지만, 상대 투수를 잘 분석하니 타격이 되살아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철 kt 감독도 "1년씩 경험이 쌓여서 투수를 파악하게 된 것 같다.

준비와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로하스가 발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감독은 로하스가 계절적 요인에서도 이득을 봤다는 재밌는 분석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상황에서 뜻밖의 수혜를 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작년에 로하스는 시즌 초반에 안 좋았다.

스타트가 늦은 편이었다"며 "5월부터는 잘했는데, 코로나19로 시즌이 5월에 시작했다.

로하스에게 좋은 시기에 시작해서 잘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이처럼 로하스의 발전 이유를 외부 요인에서 찾는 것은 "로하스의 몸이 날렵해진 것도 아니고 바뀐 게 없기 때문"이라며 "5·6월이 항상 로하스가 잘하던 시기여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kt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지난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로하스가 시즌 초 부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추정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로하스가 추위에 유독 약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하스는 지난해 5∼8월에는 타율 3할을 유지했지만, 3∼4월과 9∼10월에는 2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감독은 "루틴이 쌓이면 깨지지 않더라"라며 일단 좋은 리듬을 탄 로하스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로하스에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가족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즌 후 아들 멜 크루 로하스 3세가 태어난 것이다.

로하스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아들 이름을 한글로 새긴 특별한 운동화를 신고 통산 100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로하스는 "올해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kt의 간판타자로서 책임감도 불태우고 있다.

이 감독은 로하스의 좋은 기세가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