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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에도 쓰였다는데' 원산지 속인 한국플랜지 납품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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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물질 등 취급 공정에 폭넓게 사용…대형 사고 유발 우려
    용처 확인 어려워…피해 대기업들, 배상 책임·신인도 하락 걱정에 속앓이만
    '원전에도 쓰였다는데' 원산지 속인 한국플랜지 납품 '후폭풍'
    플랜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구축한 '한국프랜지공업'이 10년 동안 원산지를 속인 부품 1천200억원어치를 국내외에 납품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부품들은 원자력발전소나 화학시설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피해 우려가 큰 기간산업에 주로 사용됐는데, 장기간에 걸쳐 워낙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된 탓에 어느 공정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 위험이 위태롭게 잔존하는 데도 당장 조치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한국프랜지공업 부품으로 국내외 주요 공사를 수주하고 진행한 국내 대기업들도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들 기업은 한국프랜지공업의 사기 범행에 당한 셈이지만,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이나 앞으로 해외 입찰 제한 등 막대한 불이익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하는 처지다.

    ◇ 10년간 140만개 조작, 1천225억원 가로채…7명 법정 구속
    플랜지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관 이음 부품이다.

    지름이 크거나 내부 압력이 높은 배관, 자주 떼어낼 필요가 있는 배관 등에 사용된다.

    정유시설이나 석유화학시설 등 배관이 많이 사용되는 장치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한국프랜지공업은 2008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0여 년 동안 중국과 인도에서 플랜지 140만개를 수입한 뒤,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1천225억원을 받고 국내 25개 업체에 납품했다.

    2015년부터는 원산지를 조작한 플랜지 11억원 상당을 러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플랜지 제품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는 원산지 표시를 그라인더로 갈아 지운 뒤, 업체 로고와 'KOREA'를 새로 새기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조작했다.

    그러면서 직접 중국산 플랜지를 수입하면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해 수입을 전담하는 위장 계열사에 일을 맡기고, 부품 시험성적서까지 허위로 만들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 A(74)씨에게 징역 7년, 전·현직 임직원 6명에게 징역 2년 6개월∼5년을 선고하고 이들을 모두 법정 구속했다.

    '원전에도 쓰였다는데' 원산지 속인 한국플랜지 납품 '후폭풍'
    ◇ 작은 결함→대형사고 우려…기간산업 납품 불구 용처 파악 어려워
    플랜지는 고온·고압·초저온의 기체(LPG, LNG, 각종 가스)나 액체(기름, 화학약품)를 처리하는 공정에 사용되기 때문에, 단 하나의 결함이 상상을 초월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프랜지공업이 납품한 플랜지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나 플랜트업체를 거쳐 신고리 원전 4·5·6호기, LNG 저장탱크, 선박, 해양플랜트 등에 쓰였다.

    대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에도 사용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베트남, 캐나다 등지의 석유화학 플랜트, 태국 국영 석유가스공사 설비 등에도 이 부품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은 부품의 품질 적합 여부를 떠나 중국·인도산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지정됐는데도, 한국프랜지공업은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범행 행각을 이어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안전해야 할 국내외 기간산업 설비가 배관 곳곳에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도 원산지가 조작된 부품을 정품으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양한 공정에 폭넓게 쓰이는 부품인 데다, 장기간에 걸친 납품 현황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고리 원전 4∼6호기를 운영·건설하는 새울원자력본부 관계자는 28일 "(원산지가 조작된 플랜지가 원전에 납품됐다는)보도를 접하고서야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파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플랜트 업체 관계자도 "플랜지라는 부품은 워낙 다양하게 쓰이는 것이어서 사용 현황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면서 "해당 부품이 교체 시기에 따라 바뀔 때까지 사고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 문제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김규환 의원이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원산지를 조작한 플랜지가 납품됐는데, 산업부는 파악조차 안 하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논란이 됐다.

    ◇ '소문나면 우리만 곤란'…피해 본 대기업들 속앓이만
    한국프랜지공업에서 원산지를 속인 부품을 납품받은 업체는 국내 굴지의 기업 25곳이다.

    이들 대기업은 그러나 이번 사기 범행으로 본 피해를 외부에 호소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조용히 넘어 가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 건설업체가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 실추와 신뢰도 하락으로 수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해외 공사 수행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등 총 19개 기업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한국프랜지공업을 엄벌하고 배상 책임을 물어서 얻는 실익보다는, 도리어 해외 공사발주처가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묻거나 앞으로 발주나 입찰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외부에 우리 회사가 피해를 봤다고 알려지면, 우리 회사를 믿고 발주한 업체나 국가가 품질에 의심하면서 컴플레인을 걸 수 있다"라면서 "오히려 우리가 거센 후폭풍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손해 배상 요구 등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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