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지표 갑자기 바꿔 타당성 결여" vs "기준점수 동일…지표는 바뀔 수 있어"

국제중에서 일반중으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한 청문 절차가 25일 진행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서울시 학교보건원에서 대원·영훈국제중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을 진행했다.

두 학교는 올해 교육청의 특성화중학교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인 70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아 지정 취소 대상이 됐다.

지정취소 기로 대원·영훈국제중 청문…평가 공정성 공방(종합)
◇ 평가지표 변경 둘러싸고 '공방'
이날 두 학교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과 타당성이다.

두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2015∼2019년의 학교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지난해 말에야 평가항목과 배점을 바꿨고, 이것이 학교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재지정 기준 점수를 100점 만점에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 조정한 점, 학교 구성원 만족도 총점을 15점에서 9점으로 하향 조정한 점, 감사 지적에 따른 감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상향 조정한 점 등도 모두 지정 취소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게 학교 측 주장이다.

지정취소 기로 대원·영훈국제중 청문…평가 공정성 공방(종합)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은 "평가 지표가 평가에 임박해서 바뀌었는데 타당성 없는 것들이 꽤 많고, 학교 쪽에 불리하게만 바뀌었다"며 "구성원 만족도 배점을 낮추고 일부는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지표 변경이) 지정 취소 의도를 갖고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공정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평가를 통해 학교를 없애려는 시도가 과연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지 (교육청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은 "평가지표를 2019년 12월에서야 바꾼 것은 횡단보도를 5년간 건너다녔는데 갑자기 이를 지워버리고 '당신들은 5년간 무단횡단했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5년 평가지표(정량평가 기준)대로라면 올해 76점이 나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거에 우리 학교가 점수가 높았던 부분은 (배점을) 대폭 깎고, 불리한 부분은 올린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평가지표는 충분히 변경 가능한 부분이며, 모든 항목에서 '보통' 평가를 받을 경우 2015년 기준으로 60점, 2020년 기준으로 70점을 얻을 수 있어 재지정 기준은 같다는 입장이다.

지정취소 기로 대원·영훈국제중 청문…평가 공정성 공방(종합)
◇ 학부모, 국제중 폐지 반대 시위…진보 시민단체는 폐지 촉구
두 학교 학부모들 역시 교육청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영훈중 학부모 A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지만 학교 가는 것과 별 차이 없이 공부할 수 있어 불만이 없다"며 "신입생은 추첨 방식으로 뽑으니 돈이 많거나 영향력이 있다고 입학할 수 있는 학교도 아닌데 이런 학교가 구(區)마다 하나씩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제중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는 이날까지 1만7천6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진보 교육시민단체는 국제중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국제중은 연 1천만원이 넘는 수업료, 입학 관련 부정·특혜 의혹으로 특권학교,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았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재지정 취소 절차를 중단없이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자사고·특목고처럼 소수를 위한 특권교육이 가져온 폐해는 자명하다"며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은 의무교육 단계에서의 과도한 사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청문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특성화중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하고, 교육부 장관은 신청을 받은 뒤 5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이들 학교가 지정 취소 결정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교육부가 동의하더라도 곧바로 내년에 일반중으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