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전후로 공공연히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맹국을 '돈'과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 한국은 물론 향후 일본, 나토(NATO·유럽연합군)과의 방위비 협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그것이 일어난 방'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미군 주둔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1월 중간선거 직후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던 중 갑자기 "그런데 왜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작년 1월 시리아 미군기지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서도 뜬금없이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우리가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고 물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공짜로 얻어먹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여러 동맹을 비판했다"고 썼다. 당시는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양국간 협상이 진행되던 시기다. 미국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2배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결국 9차 SMA 대비 8.3% 증가한 1조389억원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1945년 한반도의 상황, 한국전쟁, 그리고 한반도 냉전의 의미에 관한 역사를 여러차례 토론했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라고 책에 썼다. 미·북 정상회담 당시 한미 군사훈련 축소 얘기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내지 폐지를 원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가리켜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말하며 양측이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